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 주제 :조국을 떠나는 우국지사의 심정
☞ 시어 풀이
* 삼각산 : 서울 북쪽의 북한산의 딴이름
* 고국산천 : 조국의 땅
* 시절 : 여기선 시세(時世), 시국(時局)의 뜻,
* 하 : 몹시
* 수상하니 : 어수선하니. 뒤숭숭하니
* 올동말동하여라 : 다시 돌아올지 어떨지 모르겠구나
병자호란 때 작자는 끝까지 청나라를 대항해 싸울 것을 주장하던 '주전파'였으나, '주화파'의 최명길 등의 주장으로 전란 후에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과 함께 볼모로 잡혀 청나라 심양에 가게 되었는데 그 때의 서글픈 우국의 심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의인화된 '삼각산'과 '한강수'는 작자의 이러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도치법에 의해 조국애와 애국충정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작품이다. 김상헌은 3년만에 고국에 돌아왔다.
● 김상헌 (1570 ~ 1652) 호 청음. 인조 때의 학자로 벼슬이 좌의정에 이르렀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의 화의를 반대하여 심양으로 잡혀가 3년을 지내고 돌아왔다. 야인담록, 청음집 등이 있다.
강산 좋은 경을 - 김천택
강산(江山) 죠흔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엇들쏜이.
진실(眞實)로 금(禁)할 이 업슬새 나도 두고 노니노라.
☞ 주제 : 자연에 대한 사랑
☞시어 풀이
* 죠흔 경(景) : 아름다운 경치
* 힘센 이 : 힘센 사람
* 엇들쏜이 : 얻겠느냐.
* 금할 이 : 금할 사람이
* 업슬새 : 없으므로
* 노니노라 : 놀며 다니노라
● 김천택 : 호 남파. 포교를 지낸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영조 4년에 시조집 청구영언을 편찬하였다. 평민 출신으로 김수장과 더불어 경정산가단에서 후진을 양성하였다. 해동가요에 시조 57를 남겼다.
검으면 희다하고 - 김수장 <경세가>
검으면 희다하고 희면 검다하네
검거나 희거나 올타 할 이 전혀 업다.
찰하로 귀막고 눈감아 듣도 보도 말리라
☞ 주제 : 당쟁의 옳지 못한 이치를 훈계함
☞시어 풀이
* 할 이 : 할 사람
* 올타 : 옳다고
* 찰하로 : 차라리
이 작품은 경종 때,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노론과 소론이 벌인 당쟁에 개하여 개탄을 읊은 것이다. 그 당쟁을 '신임사화(辛壬士禍)'라고 부른다.
초장의 '검으면 희다하고 희면 검다하네'란 흑백의 대조를 통하여, 서로 부딪치고 있는 있는 사회의 혼란한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서로 옳지 못한 싸움으로 인해 평화와 질서가 깨어져 나라에 대한 걱정이 쌓이니, 차라리 그러한 광경을 보지도 참여하지도 않으리라는 단념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종장에서 작자가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신하들에게 충고로써 훈계하고 있는 경세가(警世歌)이다.
● 김수장 (1690 ~ ?) 호 노가재. 벼슬은 평조 서리를 하였고 김천택과 쌍벽을 이룬 가인(歌人)이다. 영조 39년에 해동가요를 편찬하였다. 이 속에 자작시 117수를수록했다.
공명을 즐겨마라 - 김삼현
공명을 즐겨마라 영욕이 반이로다
부귀를 탐치 마라 위기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이 한가커니 두려운 일 업세라
☞ 주제 : 자연 속에 한가히 사는 즐거움
☞시어 풀이
* 영욕이 반이로다 : 영예와 치욕이 반반씩이로다
● 김삼현 : 숙종 때 절충장군의 벼슬을 지냈으나 장인 주의식과 함께 관직에서 물러나 강호에 은거하여 시를 지으며 소일했다.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 박효관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너난 어이 우짖난다.
너도 날과 같이 무음 이별하였나냐
아모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
☞ 주제 : 임과의 이별에 대한 슬픔
☞시어 풀이
* 무음 : 무슨
초장의 '공산'은 시간적이니 배경으로 고요하고 적막한 때를 연출해 주며, 작자의 심정을 응축시켜 놓은 상황이 된다. 한적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더해 주는 건, 어디선가 들려오는 '접동새'의 구슬픈 울음소리, 소리내여 울지 못하는 작자의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애처롭게 운다. 그러나 아무리 호소하듯 슬프게 울어보아도, 이별한 임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는 작자의 체념이 종장에 나타나고 있다.
● 박효관 : 호 운애. 철종, 고종 때의 가객(歌客).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하였다.
국화야, 너난 어이 - 이정보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주제 : 선비의 높은 절개와 굳은 지조
☞시어 풀이
* 지내고 : 보내고
* 낙목한천 : 낙엽이 다 떨어진 추운 절기
* 오상고절 : 서리에 굴하지 않고 고고히 절개를 지킴
☞ 배경 및 해설
'국화'를 통해서 자신이 지켜 나가려는 꿋꿋한 절개를 표현하고 있으며, 중장의 '낙목한천'은 국화(작자)가 이겨내야 하는 험하고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예부터 군자의 사랑을 많이 받아 온 사군자 중의 하나인 국화의 고절(高節)을 의인화하여, 작자의 삶에 대한 신념을 새롭게 다짐하고 있다. 소동파가 지은 '국잔유유오상지(菊殘猶有傲霜枝) -국화는 오히려 서리에 오만한 가지를 남겨 가진다'의 시구를 떠올리며 지었다고 한다.
● 이정보 (1693 ~ 1766) 호 삼주. 벼슬은 예조판서를 지냈으나, 말년에는 벼슬을 버리고 산수간에서 시조를 즐기며 지냈다. 글씨에 능하고 한시도 잘 했으며 시조 78수를 남겼다.
굼벙이 매암이 되야 - 미상
굼벙이 매암이 되야 나래 도쳐 나라 올라
노프나 노픈 남게 소리는 죠커니와
그 위희 거미줄 이시니 그를 조심하여라
☞ 주제 : 권세에 대한 경계
☞시어 풀이
* 굼벙이 : 굼벵이
* 매암 : 매미(벼슬자리에 오른 인물)
* 매미가 높은 나무에서 소리를 내어 운다 : 벼슬 자리에 있는 삶이 권세를 부린다
* 거미줄 : 잘못하다가 그 권세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경계의 상황을 비유
☞ 배경 및 해설
중국 <해록쇄사(海錄碎事)>에 보면, 초나라 때 '공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임금을 모시고 앉아 있다가 거미줄에 곤충들이 걸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에 그는 크게 탄식하며 "벼슬이란 사람의 거미줄이다."라고 말한 뒤에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살았다는 일화가 있다.
초장의 '굼벵이'와 '매미'는 신분 계층을 나타내는 것으로, 날개가 돋은 매미는 곧 벼슬 자리에 오른 인물을 뜻한다. 그 매미가 높은 나무에서 소리를 내어 운다는 것은 벼슬 자리에 있는 삶이 권세를 부린다는 의미이다. 종장의 '거미줄'은 잘못하다가 그 권세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경계의 상황을 비유한 말로, 작자의 깨달음이 응축되어 표현된 핵심어이다.
궂은 비 개단 말가 -윤선도 <우후요(雨後謠)>
궂은 비 개단 말가 흐리던 구름 걷단 말가
앞 내희 기픈 소에 다 맑았다 하나슨다
진실로 맑디곳 맑아시면 갓끝 씻어 오리라
☞ 주제 : 자연친화
☞시어 풀이
* 개단 말가 : 갰단 말인가
* 걷단 말가 : 걷혔단 말인가
* 내희 : 냇물의
* 하나슨다 : 하는 것인가
* 맑디곳 : 맑기만
● 윤선도 (1587 ~ 1671) 호 고산(고산), 벼슬은 효종 때 공조부승지가 되었으나 서인에 의해 삭직되었다. 남인의 거두로 치열한 당쟁 속에 평생을 거의 벽지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고산유고가 전한다.
나비야 청산가자 -미상 (94 수능출제)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 주제 : 삶의 자연스러운 융화
이 작품에서는 나비가 되어 청산에 들어가 대자연과 일체가 되어서 순간적이나마 인간의 괴로움을 극복하려는 뜻과 세속의 먼지를 훨훨 떨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찾아가는 작가의 밝고 기쁨에 넘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냇가에 해오라비 - 신흠
냇가에 해오라비 므스 일 서 잇는다
무심(無心)한 저 고기를 여어 무슴 하렷는다
아마도 한 물에 잇거니 잊어신들 엇더리
☞ 주제 : 평화로운 권력 계층과 겨레를 소망함
☞시어 풀이
* 서 잇는다 : 서 있는가
* 여어 : 엿보아
* 무슴 : 무엇
* 하렷는다 : 하려는가
당시, 작자가 직접 경험한 '대북파'와 '소북파' 사이의 당쟁에 대하여 느낀 점을 읊은 것이다. 초장의 '해오라비'는 '백로'의 뜻으로 권력자에 대한 상징이다.
이에 대하여 중장의 '고기'는 '해오라바'에 대한 희생물로서 약자를 나타낸다. 종장의 '한 믈'은 '한 나라, 공동체'를 뜻한다. 그 힘없는 '고기'가 냇물에서 조심없이 노닐고 있는데, 그것을 잔인하게 잡아 먹을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는 '해오라비'는 곧, 작자가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약육강식의 권력 구조 표본이다. 그러한 사회의 비인간적인 풍습을 꼬집으며 훈계를 하고 있다.
● 신흠 (1566 ~ 1628) 호 상촌. 명종 ~ 인조. 선조의 유교칠신(儒敎七臣)의 한 사람. 인조 때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고 노서(老西)의 중신으로 정주학의 대가요, 조선 중기 한문학의 태두로 일컬어진다. 상촌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노래 삼긴 사람 - 신흠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푸돗든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 주제 : 노래를 통한 시름 해소
☞시어 풀이
* 삼긴 : 지은
* 하도할샤 : 많기도 많구나
* 일러 : 말로 하여
* 불러나 : 노래로 불러서나
* 푸돗든가 : 풀었던가
권력에 염증을 내고 자연으로 돌아와 생활하던 작자의 심중에 다 버리지 못한 속세에의 근심을 잊고자 연쇄법으로 표현
● 신흠 (1566 ~ 1628) 호 상촌. 명종 ~ 인조. 선조의 유교칠신(儒敎七臣)의 한 사람. 인조 때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고 노서(老西)의 중신으로 정주학의 대가요, 조선 중기 한문학의 태두로 일컬어진다. 상촌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뉘라서 까마귀를 - 박효관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그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 하노라
☞ 주제 : 효심
☞ 시어 풀이
* 흉타 : 흉하다
* 반포보은 : 까마귀의 효성.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줌
까마귀의 반포의 효를 인간은 본받아야 한다고 노래
● 박효관 : 호 운애. 철종, 고종 때의 가객(歌客).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하였다.
님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 박효관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 주제 : 임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
☞시어 풀이
* 상사몽 : 남녀 사이에 서로 사모하여 꾸는 꿈
* 실솔 : 귀뚜라미의 한자말
* 추야장 : 가을의 긴 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가을 밤에 임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상사몽을 꾸었더니, 더욱 임이 보고 싶다. 가을 밤에 울고 있는 귀뚜라미의 넋에 그 꿈을 담아 임께서 주무시고 계신 방으로 들어가, '나'를 잊고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 방으로 들어가, '나'를 잊고 편안히 주무시고 계시는 임을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로 깨워 보고 싶다는 작자의 섬세한 사랑의 표현이 신선하다.임에 대한 사랑을 직접 말로 하지 않고 '귀뚜라미'를 통해서 은근하게 표현하는 내용에서, 작자의 조심스럽고 진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초장의 '실솔'이 주요 핵심어로 작자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으며, 애절한 마음이 기교적으로 표현되어 잘 다듬어진 가작이다.
● 박효관 : 호 운애. 철종, 고종 때의 가객(歌客).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하였다.
님이 헤오시메 -송시열
님이 헤오시메 나는 전혀 믿었더니
날 사랑하든 정을 뉘손대 옴기신고
처음에 뮈시든 거시면 이대도록 셜오랴.
☞ 주제 : 임금의 정(情)에 대한 서러움과 한탄
☞시어 풀이
* 헤오시메 : 헤아리시메, 사랑하시메
* 뉘손대 : 누구에게
* 뮈시든 : 미워하시던
* 이대도록 : 이토록
* 셜오랴 : 서러우랴
작자는 벼슬에서 자주 물러나 귀양살이를 겪는 고단한 생활을 하였는데, 그 때의 심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초장의 '님'은 임금을 나타낸다. 작자를 그토록 아끼고 미더워하시던 임금이었지만, 유배지에서 그리워 떠올려보니 멀어져간 임금의 사랑이 참으로 서글프고 한스럽다는 내용이다. 애틋한 '연군지정'을 읊은 시족들이 많은 반변에, 임금의 정을 원망하며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사실 작자는 임금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만든 소인배들을 한탄하는 것이며 임금과 멀어진 안타까움만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 송시열 (1607 ~ 1689) 호 우암. 선조 ~ 숙종. 벼슬이 우의정에 이르렀다.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한 거유(巨儒)로서 이이의 학통을 이었고 노론의 영수로 활약하였다. 주자대전차이 외에 백여권의 문집이 있다.
동기로 세 몸 되어 -박인로
동기로 세 몸되어 한 몸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 문외(門外)에 한숨겨워 하노라
☞ 주제 : 혈육을 그리는 정
☞시어 풀이
* 동기 : 형제 자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아운 : 아우는
* 석양 문외 : 저녁 때의 대문 밖.
* 한숨 겨워 : 한숨 짓고 있다는 뜻
지은이의 오륜가 중의 의 넷째 수로서, 3형제 중 두 아우를 잃고 석양녘 대문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동기간의 우애를 읊은 것이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밀려올 무렵이면, 잡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드는데, 두 아우는 돌아올 줄을 모른다. 직설적이 아닌 장면을 묘사하였기 때문에, 대문 밖에서 기다리며 한숨 짓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 <권농가>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 주제 : 근면한 농경생활
☞시어 풀이
* 동창이 밝았느냐 : 날이 새었느냐
* 노고지리 : 종달새
* 상기 : 아직
* 일었느냐 : 일어났느냐
* 사래 : 이랑
작자는 말년에 관직해서 물러나 전원생활의 풍류를 즐기며 작품을 남겼다.시골의 아침이 밝아오고 벌써 하늘높이 날며 지저귀고 있는 종달새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야 하지 않겠냐는 부드러운 가르침이 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당시의 우리나라 농촌의 아침 정경을 여유있게 표현해 운치의 멋을 살려낸 작품으로, 권농가(勸農歌)중의 하나이다.
● 남구만 (1629 ~ 1711) 호 약천. 벼슬은 숙종 때 영의정에 이르렀다. 서인이 노소로 나뉠 때 소론의 거두가 되었으며 문사와 서화에 뛰어나 그의 문하에 글 배우는 선비가 많았다. 약천집이 전한다.
말이 놀라거늘 - 미상
말이 놀라거늘 혁(革)잡고 굽어 보니
금수청산(錦繡靑山)이 물 속에 잠겨세라.
뎌 말아 놀나지 마라 이를 보려 하노라
☞ 주제 : 아름다운 감상에 대한 감동
☞시어 풀이
* 혁 : 고삐
* 금수청산 : 비단에 수놓은 듯이 예쁜 푸른 산
* 잠겨세라 : 잠겼구나
이 작품은 넓게 펼쳐진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밀도감 있게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물속에서 비추어진 금수강산의 모습까지 표현하고 있는 점이 섬세하다.맑고 깨끗한 물 위에 비추어진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에 말(馬)도 놀란다는 묘사가 생동감 있다. 그리고 금수강산의 빼어난 풍경에 작자도 취하고, 말 못하는 짐승도 취한다는 자연 친화적인 멋진 구성이 돋보인다.중장에서의 '금수청산'은 '아름답고 푸른 산'이라는 뜻으로 은유적인 미화법이 사용되었고, 종장에서는 '말'을 의인화하여 물아일체의 사상을 엿보게 한다.자연에 깊이 몰입하고 있는 작자의 흥겨운 심정이 침착하게 나타나고 있는 노래로,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통해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의 정취를 표현하였다.
매아미 맵다울고 - 이정진 (98수능출제)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 주제 : 자연과 함께 하는 물아일체의 삶
* 매아미 : 매미
* 산채 : 산나물
* 박주 : 맛이 좋지 않은 술
이 시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매미'와 '쓰르라미'의 첫 음에서 '맵'고 '쓰'다는 미각적 심상을 이끌어 내어, 초야에 파묻힌 조촐한 생활의 유유자적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서사문학의 언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만의 언어적 묘미를 맛보게 한다는 점이다.
● 이정진 : 호 백회재. 벼슬은 현감을 지냄. 영조 때 가인(歌人)
뫼흔 길고 길고 - 윤선도 (96 수능 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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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흔 길고길고 물은 멀고멀고
어버이 그린 뜻은 만코만코 하고하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울고 가느니
☞ 주제 : 어버이를 그리는 정
☞시어 풀이
* 어버이 그린 뜻 :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이 시조는 작가가 30세 때 권신 이이첨의 횡포를 상소하였다가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되었을 때 지은 <견회요(遣懷謠)>5수 중 넷째 연으로, 유배지에서 고향에 두고 온 어버이를 그리는정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 윤선도 (1587 ~ 1671) 호 고산(고산), 벼슬은 효종 때 공조부승지가 되었으나 서인에 의해 삭직되었다. 남인의 거두로 치열한 당쟁 속에 평생을 거의 벽지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고산유고가 전한다.
묻노라 멱라수야 - 미상
묻노라 멱라수야 굴원이 어찌 죽다터니
참소에 더럽힌 몸 죽어 묻힐 땅이 없어
청파에 골육을 씻어 고기 뱃속 감추니라.
☞ 주제 : 굴원의 비통함과 한의 정서 토로
☞시어 풀이
* 멱라수(굴원이 빠져 죽은 강의 이름
* 참소 : 남을 헐뜯어 일러바침
* 청파 : 푸른 물결
이 시조는 굴원이 참소에 쫒겨났다가 자결한 심정을 읊고 있다. 굴원은 초나라 때의 사람으로, 그토록 애타게 자기의 충정을 노래하다가 한 번 용서 받은 바 있었으나 다시금 참소를 받아 멀리 양쯔강 남쪽 강남 지방으로 내쫒기는 몸이 되었다. 굴원은 유배에 대한 절망감으로 강가을 하염없이 거닐며 시를 읊조리다가 고결한 성품을 그대로 간직한 채 돌을 안고 멱라수에 몸을 던져 자결하였다.
물 아래 그림자 지니 - 미상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우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 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라치고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 주제 : 무한한 진리세계에 대한 깨달음과 동경
☞ 배경 및 해설
초장에서의 '물 아래 그림자 지니'는 흐르는 강물 위에 둘러서 산과 골짜기가 비추어진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작자의 섬세한 시각적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강물이 흐르는 다리위로 지나는 스님에게 그 여정을 물어 본다는 것은, 산과 강물을 바라보며 마음이 넉넉해진 작자가 인정(人情)의 인사를 건네며 질문을 한 것이다. 종장에서 '흰 구름'을 가리킨 스님의 모습은 무한한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흰 구름처럼 떠도는 초연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람 분다 지게 닫아라 - 윤선도 <심야요(深夜謠)>
바람 분다 지게 닫아라 밤 들거다 불 앗아라
벼개에 히즈려 슬카지 쉬여 보자
아희야 새야 오거든 내 잠 와 깨와스라
☞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시어 풀이
* 지게 : 지게문
* 밤 들거다 : 밤이 깊어진다
* 불 앗아라 : 불 꺼라
* 히즈려 : 드러누워
* 슬카지 : 실컷
* 새야 오거든 : 날이 새 오거든
* 깨와스라 : 깨워라
● 윤선도 (1587 ~ 1671) 호 고산(고산), 벼슬은 효종 때 공조부승지가 되었으나 서인에 의해 삭직되었다. 남인의 거두로 치열한 당쟁 속에 평생을 거의 벽지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고산유고가 전한다.
반중 조홍감이 - 박인로 <조홍시가>
반중(盤中) 조홍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슬새 글로 설워 하나이다
☞ 주제 : 어버이를 그리는 정
☞시어 풀이
* 반중 : 소반 가운데
* 조홍감 : 일찍 익은 감
* 유자 : 귤의 일종. 유자를 품는다는 중국 고사에서 따온 말
* 반길 이 : 반가워하실 분, 곧 부모
* 글로 : 그것으로
이 작품은 작자가 한음 이덕형으로부터 감을 대접받은 뒤 느낀 바가 있어 중국의 회귤의 고사를 생각해서 지은 사친가(思親歌)이다.
● 회귤고사(懷橘) : 오나라 때 육적이라는 사람이 6세 때, 원술의 집에 갔을 때 자기에게 먹으라고 주는 귤을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품었다 하직인사를 하고 갈 때 이를 떨어뜨려 들켰는데 이 일로 인해 그의 효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 박인로 (1561 ~ 1642) 호 노계(蘆溪). 명종 ~ 인조. 임진란 때 싸웠고 그 뒤에도 조라포 만호가 되었다. 말년에는 노계에 낙향하여 글 읽기와 글 짓기로 세월을 보냈다. 가사와 시조를 많이 지었다. 노계집이 있다.
벼슬을 저마다 하면 -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農夫)하리 뉘 이시며
의원(醫員)이 병(病)고치면 북망산(北邙山)이 져려 하랴
아히야 잔(盞)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 주제 :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
작자는 훌륭한 가문 출신이면서도 좋은 벼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사양하였고, 오직 자연을 즐기며 살겠다는 마음으로 지내면서 이 노래를 읊었다.사람마다 입신출세를 한다면 나라의 중요한 농사는 누가 지을 것이며, 의원이 병을 다 고치면 죽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하는 깊은 속뜻을 질문으로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 세상에 벼슬하는 길이 많아도 자신의 뜻대로 농사를 짓고, 늙어서 병들어도 그대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겠다는 작자의 다짐이 종장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 김창업 (1658 ~ 1721) 호 노가재. 부친과 백형이 영의정의 벼슬에 올랐으나 그는 벼슬을 싫어하고 농사로써 생애를 꾀했다. 백형 창집이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 동행하여 연행일기를 지었으며 이밖에 노가재집이 있고 그림에도 뛰어난 솜씨가 있었다.
북창이 맑다커늘 -임제 <한우가>
북창(北窓)이 맑다커늘 우장(雨裝)이 업시 길을 나니
산(山)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 비 맛잣시니 얼어 잘까 하노라
☞ 주제 : 구애의 은근한 호소
☞시어 풀이
* 맑다커늘 : 맑다고 하기에
* 우장 : 비옷
* 찬비 : 한우(寒雨)라는 기생의 이름을 나타낸 것
* 맞아시니 : 맞았으니
작자가 평양의 명기였던 한우(寒雨)에 대한 구애의 표현으로 이 시조를 지었다. 그래서 이 시조를 <한우가(寒雨歌)>라고도 부른다.
이 시조의 중장에서의 '찬비'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기생 '한우'를 비유한 말이다. 어느 날, 작자와 한우가 대작을 하다가 취기에 흥이 돋자 '찬 비를 맞았으니 얼어서 자야겠다.'고 하는 작자의 말에 한우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애정에 대한 화답가를 지어 보냈다고 한다. '우'를 '찬비'에 비유한 재치가 돋보이고, 종장의 '얼어잘까'에는 해학적인 면모가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 임제 (1549 ~ 1587) 호 백호. 명종 ~ 선조. 벼슬은 예조정랑에 그쳤으나 시재(詩才)에 뛰어나 천재의 칭송을 받았다. 저서에 한문 소설 화사, 수성지, 원생몽유록이 있다.
비 오는데 들에 가랴 - 윤선도 <하우요(夏雨謠)>
비 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머겨라
마히 매양이랴 잠기 연장 다스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밭 갈아라
☞ 주제 : 농사에 대한 준비를 권유
☞시어 풀이
* 들에 : 들판에
* 마히 : 장마
* 매양 : 늘
* 잠기 : 쟁기
* 사래 : 이랑
여름철 한가로움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농사에 대한 준비를 권유하는 내용이다. 작자가 전라도 해남에서 은거할 때 지는 <산중신곡>에 들어있는 연시조 <하우요> 두 수 중 첫째 수이다.
● 윤선도 (1587 ~ 1671) 호 고산(고산), 벼슬은 효종 때 공조부승지가 되었으나 서인에 의해 삭직되었다. 남인의 거두로 치열한 당쟁 속에 평생을 거의 벽지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고산유고가 전한다.
사랑이 거짓말이 - 김상용 <연정가>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 주제 : 님에 대한 사랑
☞시어 풀이
* 뵌닷 말이 : 보인다고 하는 말이
* 날같이 : 나와같이
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거짓말이로다. 꿈속에 와서 보인다는 것은 더더욱 거짓말이로다. 나와 같이 잠도 못 이루는 사람이 어느 겨를에 꿈을 꾼단 말인가.
님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평안도 민요 '엮음 수심가'에 "더어 덩그렇게 빈 방이라, 홀로 앉았느니 님이 오나 잠을 이뤄야 꿈을 꾸지, 꿈을 꾸어야 님 만나 보지……"라는 대목이 있는데 유사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 김상용 (1561 ~ 1637) 호 선원. 명종 ~ 인조. 김상헌의 형. 인조 때 우의정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함. 병자호란 때 강화성이 함락되자 자폭하여 죽었다. 저서로는 선원유고, 독례수초 등이 있다.
산촌에 눈이 오니 - 신흠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세라
시비를 여지마라 날 찾으리 뉘 이스리
밤중만 일편명월이 그 벗인가 하노라
☞ 주제 : 한중진미
☞시어 풀이
* 무쳐세라 : 묻혔구나
* 시비 : 사립문
* 밤중만 : 밤중쯤의
* 일편명월 : 한 조각의 밝은 달
산중에서 자연과 벗하며 고독하게 지내는 즐거움이 잘 드러나 있다
● 신흠 (1566 ~ 1628) 호 상촌. 명종 ~ 인조. 선조의 유교칠신(儒敎七臣)의 한 사람. 인조 때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이 되었고 노서(老西)의 중신으로 정주학의 대가요, 조선 중기 한문학의 태두로 일컬어진다. 상촌집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샛별 지자 종다리 떳다 - 이재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젓는다.
아희야 시절(時節)이 좋을손 옷이 젓다 관계(關係)하랴
☞ 주제 : 건강한 농촌 생활에 대한 동경
영조 때, 작자는 영천 군수와 한성 서윤의 벼슬을 지내면서, 자연이나 신선의 생활을 즐기며 술과 세상일을 논하는 양반들과는 달리 생업을 중요시하며 살았다.초 중장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을 하기 위해 호미를 메고 집을 나서는 농부의 모습과 새벽 이슬에 젖은 숲길을 걷다 촉촉히 젖은 농부의 옷 등을 통해, 싱그런 농부의 아침을 그리며 생업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생활관을 나타내고 있다.자연이 그저 은둔 생활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성실하게 가꾸어 나가야 할 땅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임을 알려 준다. 그리고 건강한 농부의 생활 속에서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는 작품이다.
석양 넘은 후에 - 윤선도 <일모요(日暮謠)>
석양 넘은 후에 산기(山氣) 좋다마는
황혼이 갓가오니 물색(物色)이 어둡는다
아희야 뱀 무서운데 나다니지 마라라
☞ 주제 : 농사에 대한 준비를 권유
☞시어 풀이
* 산기 : 산 속에 생기는 독특한 기운
* 갓가오니 : 가까우니
* 물색 : 풍경
* 어둡는다 : 어두워진다
● 윤선도 (1587 ~ 1671) 호 고산(고산), 벼슬은 효종 때 공조부승지가 되었으나 서인에 의해 삭직되었다. 남인의 거두로 치열한 당쟁 속에 평생을 거의 벽지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그의 시조 작품은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 시가문학의 쌍벽을 이루었다. 고산유고가 전한다.
설월이 만창한데 - 미상
설월(雪月)이 만창(滿窓)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을 판연(判然)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온 적이면 행여 긘가 하노라
☞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연모의 정
☞시어 풀이
* 설월 : 눈 위에 비친 달
* 판연히 : 아주 훤하게
* 예리성 : 신끄는 소리, 즉 발소리
눈 쌓인 깊은 겨울밤에 잠 못 이루며 창잭한 달빛만이 유리창에 가득히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다가, 가끔 스치는 바람소리, 혹은 담장에 쌓인 눈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에 혹시 임이 오시는 소리가 아닌가 한다는 작자의 서정이 잘 나타나 있다.
초장의 '눈'과 '달'은 이 시조의 시간적인 배경을 말해 주고 있으며, '바람'은 말없는 작자의 깊은 연모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 일으켜 주는 매개체이다.중장의 '예리성'은 임이 신을 끌며 걷는 소리를 가리키며, '판연히'란 그 소리가 '분명하게 ' 임이 오는 소리가 아닌 줄을 안다는 작자의 속사정을 나타낸다.달 밝은 겨울 밤의 바람소리와 임을 기다리는 여심(女心)은 이 시조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하나의 서정적인 그리움을 낳고 있다.
십년 가온 칼이 - 이순신
십년 가온 칼이 갑리(匣裏)에 우노매라
관산(關山)을 바라보며 때때로 만져 보니
장부의 위국공훈을 어느 때에 드리올고
☞ 주제 : 우국충정과 기개
* 갑리 : 칼집
* 관산 : 국경이나 교통의 요소 같은 데 설치였던 관, 또는 문
* 위국공훈 :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다
언제라도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무인으로서의 굳은 결의가 잘 나타나 있다. 초장에는 예리한 칼의 모습에서 시각적 표현, 우는 칼에서는 청각적 표현이 나타나 있다. 중장에는 만져보는 칼로 촉각적 표현이 나타나 있다.
쓴 나물 데온 물이 - 정철 <연주가(戀主歌)>
쓴 나물 데온 물이 고기도곤 맛이 이셰
초옥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分)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시름계워 하노라
☞ 주제 : 연군지정
☞시어 풀이
* 데온 : 데운
* 고기도곤 : 고기보다
* 이셰 : 있네
* 초옥 : 풀로 지붕을 이은 집. 초가집
* 좁은 줄이 : 좁은 것이
* 긔 : 그것이
* 분 : 분수
* 다만당 : 다만
당시의 당파 싸움이 분분할 때, 동인들의 계락에 참다 못해 은거 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벗하며 지내다가 자신의 심정을 읊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안분지족하는 생활고 더불어, 임금에 대한 연정을 노래하고 있다. 초장의 '쓴 나물'과 '데온 물'은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고기'와 대조를 이루어, 가난하지만 소박한 작자의 당시 생활을 나타낸 것이다.유배생활을 하다시피 은거하면서 자신의 초라한 형편을 인정하고 만족해 하며, 한편으로는 임금을 그리는 정(情)이 애틋하게 나타나 있다. 그나마 주어진 것에 행복해 하며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작자의 차분한 심정이 나라와 임금에 대한 염려로까지 이르고 있다. 송강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연주가(戀主歌)이다.
● 정철 (1536 ~ 1693) 호 송강. 중종 ~ 선조. 벼슬은 예조판서, 대사간 등을 지냈으나 서인의 거장으로서 당쟁에 몸을 던져 파란곡절을 겪었다. 당대 가사문학의 대가로서 국문학에 공헌한 바가 크다. 저서로 송강집, 송강가사가 있다.
아버님 가노이다 - 미상 (96 수능출제)
아바님 가노이다 어마님 됴히 겨오.
나라히 부리시니 이 몸을 잇젓네다.
내년의 이 시절 오나도 기다리지 마라쇼셔
☞ 주제 : 나라에 대한 충성심
☞시어 풀이
* 좋이 : 좋게, 잘
* 부리시니 : 부리다, 일을 맡기다
* 잇젓네다 : 잊었습니다
* 오나도 : 오더라도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인지 변경으로 수자리(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살러 가는지 모르지만 나라를 위해 몸바칠 각오가 대단하다. 소박한 서민의 충성심이 작별인사의 형식을 빌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어와 동량재를 - 정철
어와 동량재를 저리하야 어이할고
헐뜯어 기운 집의 의논도 하도 할사
뭇 지위 고자 자 들고 헤뜨다가 말려 나다
☞ 주제 :
☞시어 풀이
* 동량재 : 기둥이나 대들보가 될 만한 재목 또는 큰 인물
* 기운 집의 : 기울어진 집에 대한
* 하도 할사 : 많기도 많구나
* 뭇 지위 : 여러 목수
* 고자 자 : 먹통과 자(尺). 목수가 먹줄을 칠 때에 쓰는 먹통과 길이를 재는 자
* 헤뜨다가 : 허둥대다가
* 말려나다 : 말려는가
☞ 배경 및 해설
● 정철 (1536 ~ 1693) 호 송강. 중종 ~ 선조. 벼슬은 예조판서, 대사간 등을 지냈으나 서인의 거장으로서 당쟁에 몸을 던져 파란곡절을 겪었다. 당대 가사문학의 대가로서 국문학에 공헌한 바가 크다. 저서로 송강집, 송강가사가 있다.
욕심난다 하고 -김상용 (2000 수능출제)
욕심난다 하고 몹쓸일을 하지 마라
나는 잊어도 남이 내 모습 보느니라.
한 번을 악명을 얻으면 어느 물로 씻으리
☞ 주제 :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
이 시조는 욕심난다고 남에게 한 번이라도 몹쓸 일을 하게 되면 그 죄를 다시는 씻을 수 없으니 몹쓸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계하라고 노래하고 있다. 인생을 어떻게 하는지를 일러주는 교훈적인 시조이다.
● 김상용 (1561 ~ 1637) 호 선원. 명종 ~ 인조. 김상헌의 형. 인조 때 우의정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함. 병자호란 때 강화성이 함락되자 자폭하여 죽었다. 저서로는 선원유고, 독례수초 등이 있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 김천택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사라
가다가 중지곳하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
☞ 주제 :
☞시어 풀이
* 닫지 : 달리지, 뛰지
* 긋지 : 그치지
* 촌음 : 짧은 시간
* 아껴사라 : 아껴라
* 중지곳 : 중지만
☞ 배경
재 넘어 성권농 집의 - 정철
재 넘어 성권농 집의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은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희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 주제 : 자연 속에 사는 흥겨움
☞시어 풀이
* 성권농 : 권롱은 지방에서 농사를 권장하는 유사
* 익단 : 있었다는
* 언치 : 안장 밑에 까는 모포
* 지즐 타고 : 눌러 타고
* 정좌수 : 정철 자신. 좌수는 향소의 우두머리
● 정철 (1536 ~ 1693) 호 송강. 중종 ~ 선조. 벼슬은 예조판서, 대사간 등을 지냈으나 서인의 거장으로서 당쟁에 몸을 던져 파란곡절을 겪었다. 당대 가사문학의 대가로서 국문학에 공헌한 바가 크다. 저서로 송강집, 송강가사가 있다.
주려 죽으려 하고 - 주의식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首陽山)에 들엇거니
헌마 고사리를 머그려 캐야시랴
물성(物性)이 구븐 줄 미워 펴보려고 캐미라
☞ 주제 : 백이와 숙제의 절개 예찬
☞시어 풀이
* 수양산 : 중국 산서성에 있는 산. 옛날 백이숙제가 이 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 굶어 죽었다
* 헌마 : 설마
* 캐야시랴 : 캐었겠느냐
* 물성 : 만물의 성질
* 구븐 줄 : 굽은 것이
이 작품은 성삼문의 절의가인 <수양산 바라보며>에 대하여, 변론하기 위해 지어진 시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주나라의 백이와 숙제의 일화를 듣고, 고사리를 먹기 위해 캔 것이라는 성삼문의 견해와 달리, 그 구부러진 모양이 싫어서 바로 펴보려고 캐었다는 내용으로 백이와 숙제의 지조와 절개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작품이다. 구부러진 고사리의 모양을 빌어서 뜻깊고 재치있는 표현으로 이 시조에 생명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으며, 신선한 사색으로 '절개'를 노래한 시조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이 시의 핵심은 종장에 함축되어 있다.
● 주의식 : 호 남곡. 숙종 때 무과에 급제, 칠원 현감을 지냈다. 시조를 잘 하고 매화를 잘 그렸다.
지당에 비 뿌리고 - 조헌 <전원한정가>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
사공은 어듸 가고 빈 배만 매엿는고
석양에 짝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더라
☞ 주제 : 봄의 정취와 외로운 심정
☞시어 풀이
* 지당 : 연못
* 양류 : 버드나무
* 내 : 안개
* 짝 잃은 갈매기 : 화자 자신
주로 서경을 통해 서정을 표출하고 있다. 초장은 특히 서경 묘사가 두드러진 부분이다. 이는 중, 종장의 외로운 심정을 부각시키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짚 방석 내지마라 - 한호
짚 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산채(薄酒山采)일망정 없다말고 내여라
☞ 주제 : 안빈낙도의 삶
☞시어 풀이
* 솔불 : 소나무불(관솔불)
* 박주산채 : 맛이 좋지 않은 술과 산나물
낙엽 위에 앉아 돋아오는 새달을 바라보면서, 박주산채를 벗삼아 이 밤을 유쾌히 보내리라. 이, 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초장의 '짚방석'은 사람이 직접 만든 인위적인 물건으로, 자연의 '낙엽'과 대조를 이룬다. 초장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중장은 '솔불'과 '달'로써
철령 노픈 봉에 - 이항복
철령(鐵嶺) 노픈 峯(봉)에 쉬여 넘는 저 구름아
孤臣寃淚(고신원루)를 비 삼아 띄어다가
님 계신 九重深處(구중심처)에 뿌려본들 엇더리.
☞ 주제 : 유배의 정한과 억울한 심정 호소
☞시어 풀이
* 철령 : 강원도 회양에 있는 큰 고개
* 구름 : 귀양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이입한 소재.
* 고신원루 :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
* 님 : 광해군을 가리킴
* 구중심처 : 궁궐
광해군이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선조의 적자인 어린 영창 대군을 죽이고, 그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위시키려는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작자는 이것을 반대하여, 함경도 북청으로 귀양가는 도중에 철령 고개를 넘으면서 이 시조를 읊었다. 이것이 서울까지 퍼져 궁중에서도 불렀는데 광해군이 나중에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초장의 '철령 높은 봉'은 자신의 어려운 산황을 나타내며, '구름'은 귀양가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임금의 궁궐에눈물의 비로 뿌려 본다면, 조금이나마 그러한 진심을 임금께서 알아주시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비유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 이항복 (1556 ~ 1618) 호 백사(白沙). 명종 ~ 광해군. 벼슬은 선조 때 우의정에 이르렀으나 광해군의 폐모에 반대하다 북청으로 귀양가 적소에서 죽었다. 임진왜란 중 난의 뒷수습을 하는 데 힘쓴 명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학을 잘 하여 야담에 일화가 많다. 백사집이 있다.
청석령 지나거냐 - 효종
청석령 지나거냐 초하구 어듸메오
호풍(胡風)도 차도찰샤 구즌비는 무스 일고
뉘라서 내 행색을 그려내여 님 겨신데 드릴고
☞ 주제 : 인질로 잡혀가는 참담한 심정
☞시어 풀이
* 청석령, 초하구 : 만주에 있는 지명. 효종이 심양으로 갈 때 지난 곳
* 지나거냐 : 지났느냐
* 호풍 : 북풍
* 차도찰샤 : 차기도 차구나
* 뉘라서 : 누가
* 행색 : 모습
이 시조는 효종이 봉림대군이었을 때 병자호란 다음 해 2월에 심양으로 붙잡혀 가면서 지은 것이라 한다.
● 효종 : 조선 제17대 임금.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붙들려 갔었고 난리의 국치를 씻고자 송시열과 무장 이완 등으로 북벌을 꾀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청초 우거진 골에 - 임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엇는다
홍안을 어디 두고 백골만 뭇쳣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 주제 :
☞시어 풀이
* 청초 : 푸른 풀(무덤의 풀)
* 자는다 누엇는다 : 자느냐 누었느냐
* 홍안 :
* 뭇쳣는다 : 묻혔느냐
* 슬허 하노라 : 슬퍼하노라
이 시조는 임제가 평안도사로 부임하던 길에 생전에 교분이 있던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보고 지은 것이다. 이 일로 양반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아 파짐되었다.
● 임제 (1549 ~ 1587) 호 백호. 명종 ~ 선조. 벼슬은 예조정랑에 그쳤으나 시재(詩才)에 뛰어나 천재의 칭송을 받았다. 저서에 한문 소설 화사, 수성지, 원생몽유록이 있다.
춘산의 불이 나니 - 김덕령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은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 주제 : 자신의 억울한 심정
☞시어 풀이
* 내 없는 : 연기 없는
작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무인이나, 왜적의 적장과 내통이 있다는 모함으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였다. 그 일에 대한 한탄으로 옥에 갇히게 된 자신을 노래한 시조이다.
초장의 '춘산의 불'은 임진왜란을 비유한 것이며, '못다픤 꽃'은 전쟁을 통해 수없이 쓰러져 간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가리킨다. 중장의 '물'은 전쟁에서의 승전이나 화해 등을 나타낸 것인데, 종장에서 말한 작자 자신에게 일어난 '불' 즉 억울한 사정은 어떤 것으로도 쉽게 끌 수 없다는 어려운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뜻하지 않은 상황을 갑작스럽게 '불'이 난 것으로 표현한 점이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 김덕령 (1567 ~ 1596) 명종 ~ 선조. 벼슬은 형조좌랑.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우고 충용장군의 호를 받음.
풍설이 석거친 날에 -이정환 <한탄가>
풍셜 석거친 날에 뭇노라 북래사자(北來使者)야
소해용안(小海容顔)이 언매나 치오신고
고국(故國)의 못 죽는 고신(孤臣)이 눈물계워 하노라.
☞ 주제 : 국운에 대한 신하의 비탄(우국충절)
☞시어 풀이
* 북래사자 : 기러기. 왕세자 등이 불모로 잡혀가 있던 심양에서 온 사자
* 소해용안 : 소해는 왕세자, 용안은 얼굴의 높임말
병자호란 때, 임금은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항복의 뜻으로 절을 하고, 왕자들은 볼모로 끌려갔다. 초·중장에는 잡혀간 왕자에 대한 신변 안부를 청나라 사신들에게 묻고 있는 작자의 걱정스럼 마음이 잘 나타나있다. 중장의 '소해'는 소현 세자와 봉림 대군을, '고신'은 작자를 가리킨다. 왕자에 대한 근심과 함께 고국에서 장차 남아있는 나라 일을 생각하며,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작자의 슬픔이 종장의 '눈물'로써 표출되고 있다. 나라의 비극을 애절하게 나타낸 한탄가이다.
풍진에 얽매이어 - 김천택
풍진(風塵)에 얽매이여 떨치고 못 갈지라도
강호일몽(江湖一夢)을 꾸운지 오래더니
셩은(聖恩)을 다 갚은 후(後)은 호연장귀(浩然長歸)하리라.
☞ 주제 : 국화의 절개를 예찬함
☞시어 풀이
* 풍진 :세상의 속된 일 또는 속세
* 강호일몽 : 전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꿈
* 꾸운지 : 꾸어온지
* 성은 : 임금의 은덕
* 호연 : 마음이 넓고 뜻이 큰 모양
* 장귀 : 아주 돌아감
작자는 당대의 가객(歌客)인 김수장과 함께 경정산가단을 만들어 근대 시조사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세상의 모든 속된 일을 떨쳐 버리고 당장 떠날 수는 없다고 해도 그 자연에의 귀의를 꿈꾼 지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성은을 다 갚은 후에 비가 갠 뒤 맑은 날에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가 움트는 것을 보고 반가와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중장에서는 그러한 국화가 날마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종장에서는 성숙한 국화가 그 절개를 피우는 모습을 그렸다.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고결한 지조의 상징이었다. 국화의 성장은 곧, 선비가 갖추어야 할 굳은 절의와 지조의 성숙을 가리킨다. 국화의 오상고절과 같은 군자의 절개를 작자는 비유를 통하여 교훈적인 의미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 김천택 : 호 남파. 포교를 지낸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영조 4년에 시조집 청구영언을 편찬하였다. 평민 출신으로 김수장과 더불어 경정산가단에서 후진을 양성하였다. 해동가요에 시조 57를 남겼다.
풍파에 놀란 사공 - 장만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沙工)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물도곤 어려왜라
이 후(後)란 배도 말고 밧갈기만 하리라
* 성격 : 상징적, 우의적
* 제재 : 배, 말
* 주제 : 세상살이(벼슬살이)의 어려움
☞시어 풀이
* 풍파 :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 (당파 싸움)
* 배 : 문관
* 말 : 무관
* 구절양장 : 여러 굽이 틀어진 양의 창자. 그처럼 험한 산길
* 물도곤 : 물보다
☞ 배경 및 해설
인조반정 후, 작자는 이괄의 난을 일으킨 것을 평정시킨 공으로 옥성부원군에 1등으로 책봉되었다가 정묘호란 때 패전한 책임으로 부여로 유배되는 등, 벼슬을 하며 겪은 어려운 시련을 벼슬에서 물러나며 읊은 노래이다.
초장의 '풍파'는 당파 싸움을 나타내며, '사공'은 벼슬살이를, '배'는 문관을, '말'은 무관을 상징한다. 당파 싸움 때문에 문관으로서 또, 무관으로서의 벼슬살이가 모두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훗날 관직을 물러나 한가롭게 농사를 지으며 전원 생활을 하겠노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결국, 나라의 벼슬에 대한 어려움을 풍자한 노래이다.
● 장만 (1565 ~ 1629) 호 낙서. 명종 ~ 인조. 벼슬은 팔도원수, 정묘호란 때 전사하였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이순신 <우국가>
한산(閑山)셤 달 밝은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옆에 차고 기픈 시름 하는 적의
어듸셔 일성호가(一聲胡歌 )는 남의 애를 긋나니
☞ 주제 : 충무공의 우국충정
☞시어 풀이
* 한산섬 : 경남 충무 앞바다의 섬
* 수루 : 적군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성채 등에 지었던 누각
* 하는 적의 : 하고 있을 때에
* 일성호가 : 한 가닥의 날라리(태평소) 소리
* 애 : 창자
* 긋나니 : 귾는구나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삼도 수군 통제사로 총지휘 본영이었던 한산도의 수루에 올라 앉아서, 왜적의 침입으로 인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읊은 작품이다.
초장과 중장에서는 깊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투에 대비하여 온갖 근심과 걱정으로 시름에 잠겨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장에서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애처롭게 들리는 호가(피리) 소리에 애간장이 녹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애를 긋나니'에서는 나라의 위기를 한 몸으로 지탱하려던 한 장수의 우국 일념과 더불어 인간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 이순신 (1545 ~ 1599) 시호 충무공.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만들어 크게 공을 세우고 삼도수군 통제사가 되었다. 정유재란 때 노량진에서 순국하였다. 이충무공 전서가 있다.
한식 비 갠 후에 - 김수장
한식(寒食) 비 갠 후에 국화 움이 반가왜라
곳도 보련이와 일일신(日日新) 더 죠홰라.
풍상이 섯거칠 제 군자절(君子絶)을 픠온다.
☞ 주제 : 국화의 절개를 예찬함
☞시어 풀이
* 움 : 싹
* 보련이와 : 보려니와
* 일일신 : 날로 날로 새로워짐
* 군자절 : 군자의 절개. 여기서는 국화꽃을 이름
작자는 <청구영언>을 편찬한 김천택과 함께 경정산가단을 만들어 그 문하에 많은 가객(歌客)을 육성하였으며, 많은 가객들과 사귀어 근세 시조사의 황금기를 이루었다.비가 갠 뒤 맑은 날에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가 움트는 것을 보고 반가와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중장에서는 그러한 국화가 날마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종장에서는 성숙한 국화가 그 절개를 피우는 모습을 그렸다.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고결한 지조의 상징이었다. 국화의 성장은 곧, 선비가 갖추어야 할 굳은 절의와 지조의 성숙을 가리킨다. 국화의 오상고절과 같은 군자의절개를 작자는 비유를 통하여 교훈적인 의미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 김수장 (1690 ~ ?) 호 노가재. 벼슬은 평조 서리를 하였고 김천택과 쌍벽을 이룬 가인(歌人)이다. 영조 39년에 해동가요를 편찬하였다. 이 속에 자작시 117수를수록했다.
홍진을 다 떨치고 - 김성기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 죽장망혜(竹杖芒鞋) 짚고 신고
거문고 빗기 안고 서호(西湖)로 들어가니
노화(蘆花)에 떼 많은 갈며기는 제 벗인가 하노라
☞ 주제 : 자연을 벗하는 한가로운 삶
☞시어 풀이
* 홍진 : 붉은 먼지, 즉 속세
* 죽장망혜 : 대지팡이와 짚신
* 노화 : 갈대꽃
초장의 '죽장망혜'와 중장의 '거문고', 종장의 '갈며기'는 모두 속된 세상을 떠난 소재로 작자가 생각하고 있는 '벗'들이다. 자연을 즐기며 그 안에서 근심없는 친구들을 찾고 있는 작자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느껴진다. 속세의 번거로움을 모두 떨쳐버리고 자연과 함께 삶을 살아가겠다는 작자의 인생관은, 옛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에서 이어져 온 선인들의 처세관(處世觀)이기도 하다. 종장에서는 하얀 갈대꽃밭과 떼지어 있는 갈매기들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다.
● 김성기 : 호 조은. 빈한한 평민 출신으로 영조 때 상의원 궁인이 되었으나 활을 버리고 거문고를 배웠고 퉁소, 비파, 창곡에 뛰어나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김천택과 가까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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