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돌아가실 때까지 구리시에 살았던 분의 소설을 한 권 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박완서가 태어난 고향 개성 박적골에서 어린시절부터 대학에 입학하고 6.25를 겪게 되는 스무 살 때까지의 이야기다. 박적골의 아름다운 유년시절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박완서의 자전소설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1부라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평소에 소설보다는 에세이만 가끔 보다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인터넷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작가의 스무 살(1951.1.4. 후퇴)부터 결혼할 때(1953년)까지의 삶을 그린 것이다. 우리의 암울했던 동족상잔의 비극 6.25를 세세히 그린 작품이다.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도망쳐 온 후 자아를 상실하고 거의 폐인이 되어버린 오빠를 대신해,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되어 혼자 힘으로 세상과 부딪치고 또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는 6.25를 직접 체험하면서 서울의 풍경과 무엇을 먹고, 무슨 짓을 하고, 무슨 일을 당하면서 살았는가에 대해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박완서의 기억력에 다시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돌아가신 부친께서 생전에 들려주셨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6.25를 겪으신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육군으로 직접 전쟁에 참여한 일들을 회상하시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으셨다. 오늘날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개탄하시며 인간의 망각 정신을 다시금 일깨우셨다. 점점 6.25를 겪은 세대들이 사라지는 현실에 좁혀지지 않는 남북 간의 상황들이 가슴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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