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yjh09 2013. 6. 28. 11:10

 

『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이 세상에 띄워보내는 또하나의 편지. 저자는 우리가 바쁘게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을 한번 돌이켜보자고 얘기한다. ‘나는 바빴노라. 그리하여 나는 행복했노라!’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자동차를 타고 길을 달려보면 속력을 급하게 낼수록 가까이에 있는 풍경은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멀리 있는 풍경은 속력을 내든 안 내든 다 보이게 마련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가까이에 있는 풍경, 즉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 사회가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은 지나친 속력으로 인해서 이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작가는 질문한다. 행복이란 저 멀리에 있는 풍경에서가 아니라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얻어진다는 것이다(29~30쪽). 그는 이렇듯 현대 사회의 병폐와 문제점들을 우리들 일상에서 드러내어 말해준다. 출발점과 도착점만 있을 뿐 과정이 없는 점, 자연과의 연속성을 무시한 채 모든 것들을 직선화하고 있는 점, 기계문명과 물신주의로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는 점에 대해서 그는 이야기한다.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그곳에 새로운 힘이 숨어 있습니다……


◆ 《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이 세상에 띄워보내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편지

사랑의 빛은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오는 빛입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황대권의 새로운 산문집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내다보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삶의 전반적인 방향을 스스로 성찰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 시기에, 또한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세상에 나온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그간 각종 매체에 발표해온 황대권의 다양한 글들을 ‘산처럼 생각하기’ ‘똑바로 바라보기’ ‘멀리 내다보기’라는 세 장으로 집대성한 산문집으로, 《야생초 편지》 이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보다 진중하고 깊어진 황대권의 자기 성찰과 전망이 빚어낸 또 하나의 아름다운 편지이다.

황대권은 1955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30대에서 40대 중반에 이르는 13년의 영어 생활 동안 힘과 위안이 되어준 것은 감옥 한구석에서 홀로 가꾸던 야생초 화단, 그리고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에 소속된 전세계 회원들과의 편지 교류였다. 1998년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와 전라남도 영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2년 동안 유럽의 대안공동체들을 돌아보고 영국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했다. 2001년 귀국 후부터는 다시 농부로 돌아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동체세상을 꿈꾸며 생명평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감옥에서 지낸 긴 세월을 상쇄하듯 비좁은 감옥 안의 야생초 화단에서 공동체의 광장으로, 나아가 시간과 함께 영글어간 사색의 숲으로 발을 내디뎠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그 발걸음에 관한 성찰이자 《야생초 편지》 이후 황대권이 세상에 띄워보내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편지이다. 《야생초 편지》가 감옥 안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었다면,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한국 바깥의 유럽 사람들을 바라본 책이었다면,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그 이후 황대권이 한국에서 경험하고 바라본 현실들, 그 현실을 바탕으로 한 세상 공부, 마음 공부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황대권은 세상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생태공동체 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뇌하는 지식인’이 아닌 ‘수행하는 지식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닦고 있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한 번 연결시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작가가 전망하는 생태, 영성, 공동체가 조화로운 새로운 시대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작은 군락 공동체를 이루어 주변 환경과 사이좋게 살아가는 민들레의 지혜와 미덕을 곱씹어보게 하는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우리들에게 펼쳐진 또 하나의 아름다운 편지이자 생각의 나침반이 되어줄 감동적인 산문집이다.

저자소개

저자 황대권

저서 (총 13권)
1955년 서울생.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영국에 있는 슈마허 대학과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디자인과 농업생태학을 공부했다. 현재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과 교육위원장으로 생명평화 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생태 공동체와 농업에 관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야생초편지』를 출간하여 MBC 「느낌표」 선정도서, 동아·조선·중앙·문화일보 등에서 2002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 『백척간두에 서서 -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 황대권의 유럽 인권 기행』『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저로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역서로『가비오따쓰』『새벽의 건설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