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미안하구나1나는 잘 살고 있나? 정녕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어느 날 양치질을 하다가, 혹은 횡단보도 앞에서 무연히 서 있다가 울컥 하는 물음과 마주칠 때가 있다. 느른한 권태와 의심에서 솟는 물음에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이다. 그건 그 물음에 생에 대한 원초적 불안과 두려움이 들어 있는 탓이다. 물음의 이면엔 공회전하는 자기 생에 대한 전면적 회의가 도사리고 있다. 회의는 당연한 것의 당연하지 않음을 자각하는 자에게 주어진다. 돌아보면 인생에서 당연한 것이란 것은 없다. 혹시 있다면 사는 데 약간의 비굴, 수고와 피로가 세금처럼 불가결하게 따라붙는다는 점뿐.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투기된 순간 인생이란 수레의 바퀴를 굴리며 나아갈 운명에 처한다. 누군가는 망상이 설계한 세계에서 인생을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