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파우스트 -괴테

yjh09 2015. 1. 19. 17:24

 

파우스트 -괴테-


구성
1,2부

줄거리
제1부에서, 학문에 의해서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규명하려고 했던 파우스트는 지식의 무력함에 절망하며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걸고 현세의 쾌락을 찾아 나선다. 그는 순결한 소녀 그레트헨을 사랑하여 손에 넣고, 오빠 발렌틴을 죽이고, 그레트헨으로 하여금 어머니와 영아를 죽이는 죄를 범하게 한다. 그래서 마침내 사형을 당하는 그녀를 버리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끌려 간다.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신성 로마 제국으로 들어가서 황제의 신임을 얻고, 다시 고대 그리스의 미녀 헬레네를 황천에서 데려와 결혼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오이포리온이 추락해서 죽자 헬레네는 다시 황천으로 사라진다. 파우스트를 만족시켜서 그 영혼을 얻으려고 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획은 그레트헨에 의해서도 헬레네에 의해서도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은 파우스트로 하여금 마침내 이상을 추구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어 악마의 의도에 어긋나게 된다. 헬레네가 떠남으로써 미적인 향락은 끝이 나고, 파우스트의 마음은 차츰 무한에 대한 추구에서 다수자의 행복을 위한 활동으로 향한다. 그는 바다를 낀 넓은 토지를 얻어 병마가 깃들이고 있는 그 땅을 매립해서 수십 만의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는 국토 건설에 착수한다. 이러한 행위에서 비로소 인생의 의의를 찾은 파우스트는 순간을 향해서 멈춰라 하고 외치지만 메피스토펠레스와 약속한 바를 어겼기 때문에 쓰러져 죽는다. 그러나 파우스트가 생각한 순간은 진실되고 만인을 위한 상징적인 순간이기 때문에 파우스트의 영혼은 악마의 것이 되지 않고 천사들에게 인도되어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 실은 것은 극이 시작되는 부분인데, 이보다 먼저 무대에서의 전곡에서 시인의 입을 빌려 극에 대한 안내를 하고, 천상의 서곡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걸고 그와 내기를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작품 읽기

<비극 제1부>


높고 둥근 천장을 이룬 협소한 고딕식 방. 파우스트, 불안하게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다.

파우스트 : 아아! 나는 이제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유감스럽게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기울여 샅샅이 연구하였도다.
그 결과 가련한 바보가 된 나는 이제 이렇게 서 있으며,
옛날보다 더 영리해진 것도 없도다!
석사님, 박사님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어언간 십여 년이란 세월을
올렸다 내렸다, 이리저리로
내 학생들의 코를 잡아 끌고 있는데……,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만 알게 되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내 가슴이 타는 것 같구나.
그러나 나는 박사다, 석사다, 문필가다, 목사다 하는
모든 멍청이들보다는 더 영리할 것이며,
어떤 불안이나 의혹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고,
지옥이나 악마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내게선 모든 즐거움이 사라져 버렸고,
무엇이 올바른 것을 알고 있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들을 개선시키고 개종시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게는 또한 재산도 없고 돈도 없으며,
이 세상의 명예나 영화도 없으니,
개라도 이렇게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는 마술에 몸을 내맡겼노니,
정령의 힘과 입을 빌려서
상당한 비밀을 교시받지나 않을까 해서이다.
더 이상 비지땀을 흘려 가며
내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고,
이 세상을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무엇이 다스리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싶었고,
그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관조해 보고,
더 이상 말[言]의 소매상을 그만두기 위해서이다.

오오, 너 온 누리에 가득한 달빛이여,
나의 고통을 비춰 주는 것도 마지막이 되리라.
얼마나 허다한 밤에 나는 여기 이 책상 앞에서
네가 떠오르는 모습을 뜬눈으로 지켜 보았던가,
그럴 때면 오오, 비애에 젖은 친구여,
너는 책과 서류들을 넘어 나를 비춰 주었지!
아아! 나 사랑스러운 너의 빛을 받으며
드높은 산 위에서 헤맬 수가 있다면 좋으련만!
산마루의 동굴 주변에 정령들과 더불어 부동하고,
어스름한 너의 빛 속에 초원 위를 소요하며,
모든 지식의 혼탁한 연기로부터 해방되어
네 이슬을 맞으며 건강하게 목욕하고 싶구나!

슬프도다! 나 아직 이 감옥 속에 갇혀 있단 말인가?
이 저주받을 답답한 벽 속의 구멍이여,
저 그리운 하늘의 빛까지도 여기에는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드는구나!
벌레들이 갉아먹고 먼지가 뒤덮여 있는
수많은 서적들의 산더미로 비좁아진 이곳,
높고 둥근 천장에 이르기까지
연기에 그을은 서류들이 가득 꽂혀 있구나.
갖가지 유리 기구들과 상자들이 둘러서 있고,
여러 가지 실험 기구들이 가득 들어차 있으며,
선조 대대로 물려오는 가재 도구들이 꽉 들어찼는데…….
이것이 너의 세계라니! 이것도 하나의 세계란 말인가!

그래도 아직 너는 묻고 있느냐? 무엇 때문에
네 가슴 속의 심장이 불안하게 두근거리는가를?
어찌하여 설명할 수 없는 괴로움이
너에게 모든 삶의 충동을 저지하는가를?
신이 인간을 창조하여 넣어 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자연 대신에,
연기와 부패 속에 너를 둘러싼 것은,
동물과 뼈다귀와 죽은 인간의 해골뿐이로다.

도망쳐라! 일어나라! 바깥 드넓은 세계로 나가라!
그리고 신비에 가득 찬 이 책,
노스트라다무스가 친히 집필한 이 책,
이것이 너를 동반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면 너는 별들의 운행을 깨닫게 되고,
자연이 너를 인도하게 되면,
그 때는 네 영혼의 힘이 열리게 되어
한 정령이 다른 정령과 어떻게 통하는지 알게 되리라.
그렇지 않고 여기에 앉아 메마른 생각만으로
저 성스러운 표적을 해명하려는 것은 헛된 일이다.
너희 정령들아, 너희들은 내 옆에서 부동하고 있구나.
내가 하는 말이 들리거든 대답해 다오!

(파우스트, 책을 펼치고 대우주의 부적[符]을 바라본다.)

하아! 이것을 바라보는데 얼마만한 환희가 이처럼
갑자기 온통 내 오관(五官)을 통하여 흘러내릴까!
젊고도 성스러운 인생의 행복이 새롭게 작열하며,
내 모든 신경과 핏줄을 통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누나.
이 부적을 쓴 자, 그이가 신이 아닐까?
이 부적은 광란하는 나의 내면을 진정시켜 주고,
비참한 내 마음을 환희로써 가득 채워 주며,
신비에 가득 찬 충동으로써
나를 둘러싼 자연의 힘들을 폭로해 주고 있구나.
내가 신이 아닐까? 내가 이렇게 밝아지다니!
나는 이 부적의 순수한 모습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이 내 영혼 앞에 놓여 있음을 보는도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저 현인(賢人)이 한 말을 알겠노라.
정령들의 세계가 폐쇄된 것이 아니라,
너의 오관이 닫혀 있고 네 마음이 죽었노라!
일어나라, 학생이여, 세속에 젖은 가슴을
붉은 아침 햇빛 속에 끊임없이 목욕케 하라!

(파우스트, 부적을 들여다본다.)

하나하나의 모든 것들이 전체로 모여들고,
하나가 다른 것 속에서 작용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늘의 힘들이 올라가고 내려오며,
황금의 두레박들을 스스로 건네 주고 있구나!
축복의 향기 가득 풍기며 흔들거리면서,
하늘로부터 대지로 뚫고 내려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삼라 만상 속으로 울려 퍼지는도다!

이 무슨 장관(壯觀)인가! 그러나 아아! 그저 하나의 구경거리일 뿐!
나 너를 어디서 잡을소냐, 무한한 자연이여!
너희 유방들이여, 어디에서? 너희 모든 생명의 원천들아,
하늘과 땅이 너희에게 매달려 있고,
시들어 버린 가슴이 다투어 찾아가는 곳…….
너희들은 샘솟으며 물을 축여 주는데 나만은 헛되이 애태워야 하는가?

(파우스트, 불쾌하게 책장을 넘겨서 지령(地靈)의 부적을 바라본다.)

이 부적은 내게 어찌도 이리 다르게 작용하는가!
대지의 정령이여, 그대가 내게 더 가깝구나.
내 모든 힘이 벌써 드높아지는 것이 느껴지며,
새로운 술에 취한 듯 벌써 나는 몸이 달아오른다.
내 자신을 세상으로 과감히 내던질 용기를 느끼고,
지상의 고통과 지상의 행복을 이겨 나가며,
사나운 폭풍과도 맞붙어 싸울 것이고,
배가 부서지는 소음 속에서도 나 겁내지 않으리라.
내 머리 위에 구름이 이는구나…….
달은 그 빛을 감추고……
등불이 꺼진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 붉은 광선이
내 머리 주위에 경련하며 ―- 둥근 천장으로부터
몸서리나는 돌풍이 불어 내려
나를 엄습하는구나!
갈망하던 정령이여, 내 주위에 떠도는 것이 느껴진다.
나타나라!
하! 내 심장이 이다지도 갈갈이 찢어지다니!
새로운 감정을 향해
내 오관이 온통 부글거린다!
내 마음이 송두리째 네게로 몰두해 있음을 느끼겠구나!
나타나라! 꼭 나타나야만 한다. 내 생명을 바쳐도 좋다!

파우스트, 책을 들어 정령의 부적을 신비스럽게 낭독한다. 붉은 불꽃이 널름거리고 그 불꽃 속에 정령이 나타난다.

정령 : 누가 나를 부르는가?

파우스트 : (외면하고) 흉칙스런 모습이로다!

정령 : 그대는 나를 힘차게 끌어당기고,
나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젖을 빨더니,
이제는……

파우스트 : 원통하다! 난 너를 견디어 내지 못하겠구나!

정령 : 그대는 숨이 막히도록 나를 만나고자 간청했고,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얼굴을 보자고 했기에,
그대 영혼의 강력한 간청을 들어 주려고,
나 여기 왔노라! ― 그 무슨 비참한 공포가
초인(超人)인 그대를 엄습하는가! 영혼의 외침은 어디 갔단 말인가?
자기 내면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여 받들며 간직했던 가슴,
우리 정령들과 어깨를 겨루려고 기쁨에 몸부림치며 부풀었던
그 가슴은 지금 어디로 갔느냐?
그의 목소리가 내게까지 울려 왔던 파우스트,
온 힘을 다하여 나에게 덤벼들던 그대는 어디에 있느냐
내 입김으로 감싸이게 되자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려 움츠리고 있는 벌레가 바로 그대란 말인가?

파우스트 : 불꽃 속의 형상이여, 내가 너를 피할까 보냐?
나다, 내가 파우스트다, 너와 같은 존재이다!

정령 : 생명의 흐름 속에서, 행위의 폭풍 속에서,
위로 아래로 물결치며,
이리저리로 분주히 활동하노라!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하는 조직(組織), 불타는 생명,
이렇게 나는 시간이라는 소란한 베틀에 앉아
신(神)의 생생한 옷을 짜노라.

파우스트 : 드넓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분주한 정령이여,
나 너에게 얼마나 가깝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정령 : 그대는 그대가 이해하는 영과 같을 뿐,
나와는 같지 않노라!

정령, 사라진다.

파우스트 : (쓰러지면서) 너와 같지 않다고?
그러면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신의 모상인 나로다!
그런데 너를 닮지 않았다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아아, 제기랄! 알겠다. ― 저건 내 조수로구나…….
나의 가장 아름다운 행복이 허물어지는구나!
환영이 이처럼 충만한 것을
저 무미 건조한 염탐꾼 놈이 방해하다니! <후략>


작 품 해 제

핵심 정리

지은이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독일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에 걸쳐 위대한 걸작을 많이 남겼으며,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로 기억되고 있다. 작품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시와 진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파우스트>등이 있다.

갈래 장막극

성격 형이상학적. 종교적. 낭만적

표현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천사를 등장시켜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종교적 주제를 부각. 인간인 파우스트의 내면으로 들어가 인간의 한계에 대하여 관조하는 형이상학적인 태도를 보임. 그레트헨과 헬레네 등의 여인과의 사랑을 묘사하여 낭만주의 극의 특성을 보임

제재 인간과 신의 대결

주제 인간의 한계와 구원 가능성에 대한 신념


작 품 설 명

작품 해설
작품의 전편을 다 읽어야만 절망과 구원이라는 이 작품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제1부는 파우스트가 절망에 빠져 악마의 유혹을 받아 순진한 소녀 그레트헨을 살인죄로 처형까지 당하게 하는 이야기이고, 제2부에서는 주인공이 험한 인생살이에서 불굴의 노력과 노동의 의지로 구원을 받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 실린 파우스트의 갈등과 번민 부분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도 이 작품의 특성을 대체로 짐작할 수 있다. 파우스트는 열심히 연구를 해 온 학자인데, 어느 날 문득 모든 것이 헛되다는 번민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열심히 해 오던 일에 대한 회의가 엄습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학자로 설정된 것은 그가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관능의 세계와 대비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직업이 무엇이건,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인간은 회의와 번민, 그리고 유혹과 방황 속에서 흔들리게 마련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그런 방황 끝에 참된 길을 찾는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이며, 동시에 인간은 바른 길을 찾으려 하기에 금수(禽獸)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고매한 정신 세계를 추구하면서 본능적 욕망을 자제하는 것도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냐 하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건 전개보다는 인간이 지닌 심리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고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이해·감상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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