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한 눈길의 나른한 물결이
흘러가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사랑은 지나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인생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의 <미라보다리>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시를 왜 새삼스럽게 얘기하냐고요? 시에 얽힌 이야기에 흥미가 있어서입니다. 물론 이 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에 얽힌 이야기도 잘 아시겠지만, 시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새로 알게 되어 입이 근질근질한 한 실없는 남자의 이야기도 너그럽게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미라보의 다리>는 사랑에 관한 시인데, 시를 보면 뭔가 시인의 사랑 이야기가 녹아있는 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요? 그리고 ‘사랑은 가버린다’,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라는 시구에서, 시인이 사랑한 여인은 떠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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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어떤 시] [76] 미라보 다리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6.27. 00:00 | 수정 2022.06.27. 01:08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아폴리네르(G. Apollinaire·1880~1918)
(송재영 옮김)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는 1896년 경 세워진 아치형 다리. 아름다운 다리에서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다 헤어지는 복을 누렸으니 아폴리네르는 행복한 시인. 그의 뮤즈였던 화가 마리 로랑생은 세느강의 이쪽에 살고 그는 강의 저쪽에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둘은 헤어졌고 홀로 미라보 다리를 찾은 시인은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추억에 잠긴다. 강물이 흐르듯 삶은 지나가고 사랑도 지나간다.
시의 후반부에 나오는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를 읽으며 시인이 이 시를 쓴 연대가 궁금해졌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내게 삶은 느리지 않고 희망도 강렬하지 않다. 서른두 살에 ‘미라보 다리’를 쓰고 4 년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아폴리네르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어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번역시 원문)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1918)
(송재영 옮김)
Le Pont Mirabeau (시 원문)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Apollinaire, Alcools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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