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채식주의자

yjh09 2024. 10. 11. 12:12


한강 채식주의자 / 줄거리 및 결말 / ​

1. 줄거리



이 책은 총 세 챕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채식주의자입니다.

평범한 인물,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영혜'가

돌연 '채식주의자'가 될 것임을 선언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영혜의 남편인 '나'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몽고반점입니다.

영혜의 채식선언에 의해 큰 사건이 벌어지고

시점은 영혜와 영혜의 남편의 이혼얘기가 나올 때쯤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영혜의 형부입니다.

영혜의 형부가 가지게 된 '몽고반점'에 대한 욕정으로 인해

영혜와 화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 주된 내용입니다.



세 번째는 불꽃나무입니다.

영혜와 영혜의 형부이자 화자인 '나'의 남편이 벌인 사건에 의해

큰 충격을 받은 '나'의 입장에서 그 이후의 일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들어간 '영혜',

이혼 등 각종 사건으로 망가진 '나'의 가족들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2. 작품 해석



처음 읽고 난 후 너무나도 난해했던 이 작품.

작품 끝에 적힌 해설은 책보다도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나름의 해석 포인트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먼저 이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는 '폭력성', 다시 말하면 '동물의 본능'입니다.

잔인함, 폭력성 등 동물의 본능 = 육식

평화, 안정 등 식물의 특징 = 채식

으로 대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첫 번째 챕터인 채식주의자에서 끝났다면,

이 정도의 여운을 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각 챕터의 화자 그리고 주인공인 영혜가

취하는 태도들이 던지는 메세지가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혜는 '폭력성'에 간접적으로 대항하는 인물입니다.

폭력성 즉 육식으로 대변되는 동물적 본능에

채식주의자가 될 것임을 선언하며 대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모든 동물적 행위를 거부하며

먹기 조차 그만두고 나무가 되겠다며 물구나무를 서는 등

기이한 행위를 보여줍니다.



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경험,

자신이 키우던 개가 자신을 물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심지어 자신이 그 개를 먹은 경험,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영혜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던 '평범함'마저

사실 폭력에 의한 억압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모든 것들이 피와 시체로

흥건한 산장에서 그것들에 둘러쌓인 자신을 보는 꿈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폭력성에 환멸을 느낀 영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어느 정도의 저항은 있었습니다.

영혜의 남편이 언급한 평범함 속 이상한 것,

바로 브레지어 하기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젖가슴만이 아무 것도 못한다며

비폭력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영혜는 이런 가슴을 좋아했고

브레지어 하는 것을 답답해했습니다.

이는 세상에 대한 은밀한 저항이자 비폭력성에 대한 동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의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을 사람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등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첫 번째 챕터의 마지막 장면인

동박새를 잡아먹는 모습은 무슨 의미일까요?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빨아먹고 삽니다.

다른 의미의 채식주의자입니다.

이런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요?



영혜의 남편(이하 남편)은 본능을 숨기고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남편 역시 영혜의 언니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혜의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남편'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력을 들이는 등 사회적 인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평범하다는 특징에 끌려 영혜와 결혼한 것 역시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치 타인인 듯 동박새를 물어뜯는 영혜를 방관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 장면이 남편의 글에서 맡은 역할을 가장 충실히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시선, 사회의 규율이라는 어느정도의 폭력에

순응한 인물.



글에 수없이 언급되었듯이 영혜의 언니에게 더 끌림을

느끼면서도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 인물.

즉 남편은 본능을 감추고 사회에 순응한 인물입니다.



영혜의 형부(이하 형부)는 본능에 충실했던 인물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육식주의자'라고 해석해봄직 합니다.

글이 전개될 수록 점점 더 본능을 중요시하며

결국 영혜와 불륜까지 저지르게 되죠.



사회의 정의를 외치던 예술가 >

몽고반점을 계기로 영혜를 대상으로 야한 생각 >

다소 선정적인 예술작품 관람 >

옷을 벗어달라는 부탁을 영혜에게 하는 것 >

J에게 포르노 스러운 작품을 부탁 >

J에게 성교를 권유 >

자신의 예전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려줄 것을 부탁 >

영혜와의 불륜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본능을 중요시하는 인물이었는데

사회의 규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예술가로써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죠.

이를 깨운 것이 바로 영혜와의 접촉과 피, 그리고 몽고반점입니다.

영혜와 달리 사회에 저항하지만 그 방식은 다소

적극적입니다.



그리고 영혜처럼 모든 본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폭력과 일부 공통점을 가진 '성'을 가감없이 표출해내었습니다.

본능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 번째 챕터에서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다소 평범하게 살아가며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언급됩니다.

이쯤되니 '본능'이라는 것이 참 무섭습니다.

한 인물을 순식간에 타락시킬 정도로요.

그러나 다른 의미로는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버지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한만큼 사회가

다분히 주관적인 잣대로 본능을 저울질하는 것은 아닐까요?



영혜의 언니(이하 언니)는 사회에 순응한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정상적인 범주에서 사회의 시선에 이상적인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언니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묘사되어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사건을 당한 이후인데도

가족 중 유일하게 영혜를 챙기고

엄마의 의무를 다하며

직업을 유지한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글 곳곳에서 과거에 대한 후회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는 결국 현재 삶에 대한 회의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영혜를 돌보면서도 미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미지를 좋아했다는 남편에 대한 글이나

하혈을 했음에도 남편의 요구에 응하는 모습

등에서도 역시 참고 순응하는 모습이 보이죠.



특히나 각종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며 겉으로는 괜찮은

사람인 '척'하는 모습이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짐승으로 묘사된

나무들을 항의하듯 처다봤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그동안 표출할 수 없었던,

사회가 억압했던,

자신의 본능의 표출이자 저항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이후에 언니가 그대로 이전처럼 살아갈지

아니면 다른 인물들처럼 어느 정도

자신을 표출하며 살지

그것도 아니라면 영혜처럼

터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외에 세 챕터에 걸쳐 '꿈'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사건의 발단이 되어준 영혜의 꿈은 물론

첫 번째 챕터에서 남편이  영혜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꿈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하려고 하는 부분이



두 번째 챕터에서

형부가 영혜의 영상을 찍은 후

그녀와의 성행위 장면을 상상하는 부분이



세 번째 챕터에서

언니의 아들인 지우의 꿈, 그리고

언니가 영혜에게 어쩌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려고 하는 부분이



각각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겠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성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상의로의 복귀와 성적인 욕구 등

각자가 원하는 바가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채식주의자 221p 영혜 언니의 대화 중

저 생략된 말에서 영혜 언니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영혜를 채식주의자로 만든 꿈이

사실 별거 아니었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사회적 시선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언니임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자는

말은 아니었을까요?



결국 언니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적성 없이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지한채,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게 전부라는 것처럼, 그런 무언의 강요는

당연하다는 듯이...



결국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누가 읽느냐에 따라, 언제 읽느냐에 따라 주제가 너무나도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사회가 주는 무언의 압박과 이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자세에 포커즈 했지만,

누군가는 폭력성 자체를 비중있게 다룰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3. 느낀점 및 한줄평



이제 와서 말하지만, 책을 읽기 전 사실 스님이 쓴 수필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달리 수필이었고

내용마저 제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스릴러를 읽는 것처럼

소름끼쳤고 기괴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감탄했습니다.

필력과 내용의 깊이에 놀라서 말이죠.



내용이 후반부로 가면서 구체화되는 점이나

뒤를 읽으면서 앞이 이해되는 부분들은

이 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쓰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다들 호불호가 갈린다고 합니다.

저도 쉽게 호를 외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화자를 바꿔가며 각각의 입장에서 한 사건을

집필한 장치적 요소와

작가의 필력, 그리고 개개인에게 던져줄

사회적 메세지를 고려해볼 때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재미는 없을 수 있으나

적어도 첫 번째 챕터에서는 몰입감에

두 번째 챕터에서는 충격에

세 번째 챕터는 앞의 두 챕터를 마무리하며 떡밥을 회수하고

다양한 작가의 의도를 추측해보며

읽는다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씨가 아직 많이 춥습니다.

오늘도 좋은 책 한권 손에 들고 이불 속에서

휴식을 취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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