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갑 떨고 있네. 의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우리는 어려서 카타르시스하는 방법으로 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필자는 4형제 중 셋째다 보니 생존본능(?)으로 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교편 잡고 계셨던 선친께 많이 혼나면서도 욕을 버리지 못했다. 그 중 육갑떤다는 말을 자주했다. 사실은 육갑은 ‘떠는 것’이 아니고 ‘하는 것’이다. 흔히 “병신 육갑한다.”고 한다.
이를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비속하게) 어떠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되어 있다.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육갑을 한다고 했을까? 하필이면 병신이 육갑한다고 했을까?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서기 0000년이라는 표현도 썼지만 ‘기미년, 을미년, 을사년’ 등의 용어도 많이 사용하였다.
주로 연세가 많은 노인들이 이런 육십갑자로 그 해를 표현하였다. 육갑이라는 것은 육십갑자의 줄인 말이다.
송창식의 노래 가운데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에헤~~~”하는 노래가 있다.
이렇게 천간(天干 :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와 지지(支 :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개를 합하여 육십갑자를 만든다. 이것을 줄여서 육갑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병신 육갑한다’고 했을까? 당사주법이나 육십갑자 등을 헤아릴 때 보통은 손가락으로 셀 때가 많다.
검지손가락부터 마디를 세어 한 바퀴 돌아오면 12개가 된다.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딱 맞아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육갑을 셀 때는 손가락 사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신(신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 중에 손가락 마디가 없는 사람이 육갑을 헤아리면 맞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이 육갑을 하면 항상 틀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를 때도 ‘병신’이라고 하고 그러한 행동을 할 때 ‘병신 육갑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육갑 떤다’는 표현은 옳지 않은 것이다. ‘육갑 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잘못 사용하는 말 중에 ‘꼴값 떨다’라는 말도 있다.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잘난 체 할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꼴값 역시 ‘얼굴값’을 일컫는 말이니 꼴값 떠는 것이 아니라 꼴값 하는 것으로 표현해야 한다. 즉 ‘얼굴값 한다’는 말이다. 격에 맞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인데 이를 더 속되게 표현할 때 흔히 “꼴값 떤다.”고 해 왔다.
그러나 그 표현은 속된 표현이지 바른 표현은 아니다. 얼굴이 잘 생겼으면 잘 생긴 대로 살 것이고, 조금 못났으면 못난 대로 사는 것이 맞다. 얼굴값하고 잘난 체 해 봤자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또한 어떤 일을 그르치게 되거나 일이 뒤틀리게 되었을 때 ‘산통을 깬다.’고 표현했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하던 말이다. 산통점은 육효(六爻)점이라고도 한다. 산통(算筒)은 산가지를 넣은 통이다.
그러면 산가지는 무엇일까? 점을 칠 때 사용하는 향목을 말한다. 대나무나 향목 혹은 금속 등을 길이 10cm 정도 되게 잘라서 괘를 새긴 것을 산가지(산대)라 한다. 이 산대를 넣는 통을 산통이라고 한다. 점을 칠 때 보면 이 산통을 서너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거나, 산대를 한 개 씩 뽑는다.
이렇게 왼손으로 산가지를 세 번 집어내어 초, 중, 종의 각 괘를 만들어 길흉화복을 판단한다. 이 때 나온 산대의 괘로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산가지를 넣는 통을 깬다는 것은 점쟁이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산통을 깨뜨린다는 것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거나 뒤틀어 버린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에는 산통을 깬다는 말을 주로 남을 속이기 위해 장난을 치고 있는데 들통 나게 했을 때 사용했었다. 실제로 산통을 깬다는 말은 남의 일을 망치게 했다는 의미다. 요즘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거나 뒤트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늘 하던 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자세히 일아 보면 ‘하는 것’과 떠는 것‘은 차이가 있다. 조금 더 속되게 표현할 때 ’떤다‘고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육갑‘이나 ’꼴값‘은 ’하는 것‘이고 산통은 ’깨는 것‘이 맞다.
이제는 육갑, 꼴값 떤다는 표현은 자제하자. 산통도 깨지 말고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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