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으로 나타난 레임닭 현상
-세월호 참사, 사라진 7시간의 미스터리-
“대한민국은 한 여자의 알 수 없는 스캔들 때문에 침몰하고 말것인가…?”
대한민국의 2014년 한 해는 잔인했다. 년초부터 붕괴사고가 시작된 이후로 각종 사건 사고가 줄을 이었다. 생전 한 해동안 이렇게 많은 재앙이 줄지어 발생하는 건 처음있는 일이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고, 수 십 수 백명이 한꺼번에 죽거나 실종된 참사의 원인은 우리가 방치한 적폐가 대부분이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여겨오거나 ‘이 정도면 괜찮겠지’싶은 방만한 행정 등으로 국민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그 중에 우리를 안타까움 이상으로 분기탱천(憤氣撐天) 시킨 건 세월호 참사였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0 여 명의 승객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그 중에는 아직 피지도 못한 채 숨져간 단원고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세월호 참사, 사라진 7시간의 미스터리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결정적인 이유는 어른들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촌각을 다투는 침몰 여객선 안에서 ‘기다리라’는 한마디 때문에 탈출을 미룬채 세월호 승무원의 지시를 그대로 믿고 따른 것. 그게 화근이 되어 선박이 기울어져 가는 순간까지 마냥 기다린 학생들. 그 시간 대한민국의 정부는 최소한 7시간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 하나 승객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이나 조직이 전무했고, 세월호 근처까지 접근한 해경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른바 재난을 예방하거나 구조하는 ‘콘트롤타워’가 7시간동안 부재하면서 사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한 해를 다 보내는 지금까지 누구 하나 참사와 관련해 책임지는 공직자를 볼 수 없다. 특히 엄청난 참사가 진행되는동안 ‘7시간동안 자리를 비웠다’는 루머에 오른 새누리당 소속 박근혜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비서실장 김기춘에 의해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맨틱 하게 그려진 7시간의 행방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서실장의 입에서 박근혜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 사정이 이러하자 [조선일보]와 [산케이 신문]에서는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 등에 대해 로맨틱(?)한 기사를 보도해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람들은 ‘허벅지만 봐도 엉덩이를 봤다’며, 하루 아침에 장안은 물론 나라 전체가 박근혜와 정윤회의 로맨틱한 이야기로 인터넷과 신문 혹은 방송까지 난리법석이었다.
조선일보와 산케이 등 언론은 한 술 더 떳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박근혜와 정윤회를 모 호텔까지 데려갔고, 상상력 풍부한 네티즌들은 온갖 그림을 다 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라진 7시간의 행방에 대해 명절에나 어울릴 듯한 전통음식을 빗대가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진도 앞 바다에서는 자국민 304명이 촌각을 다투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순간에, 그들은 타이타닉호에 숨겨진 듯한 '사랑놀음'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그 시각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민들이 알 수 없는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즘 널리 유행하고 있는 중국 후한(後漢, 25년~220년)의 십상시(十常侍 亂)니, 문고리 3인방이니, 박지만파니, 정윤회파니...각종 패거리들이 권력에 줄을 대며 ‘날좀보소’를 외치며 생지랄 발광들을 하고 있었던 것.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박근혜의 밤의 비서실장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정윤회였다. 정 씨는 루머속 혹은 찌라시 속에서 박근혜와 로맨틱한 시간을 보낸 당사자였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속에서는 그가 국정에 관여한 권력의 실세처럼 그려졌지만, 그건 최근의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을 당시 그는 노처녀(?) 박근혜의 파트너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그게 조선일보나 산케이 등으로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확인되지 않은 뜨거운(?) 관계였던 것.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윤회 문건의 루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의혹까지 산더미처럼 커지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서면서, 청와대의 관련자와 정윤회 등이 루머의 진원지를 찌라시로 규정하며 고소를 남발하고 있었던 것. 이와 동시에 눈에 띈 건 루머를 차단하기 위한 물타기 작전이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 박근혜와 정윤회 등으로 이어지는 권력다툼의 커넥션을 차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을까.
사라진 7시간 세탁하기 시작한 친정부 언론들
최근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정윤회 문건의 내용을 참조하면 공공기록물로 사실(팩트)이었지, 증권가 혹은 세간에 떠도는 찌라시가 아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 속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어떻게든 ‘잘라버릴 것’을 종용하고 있는 내용도 눈에 띈다. 청와대공직기강비서관실의 모습이 한 눈에 그려지는 것. 그 가운데 정윤회는 ‘VIP측근(정윤회)’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게 지난 1월 6일 자의 일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윤회의 동향은 무시로 보고됐다는 게 아닌가.
이 같은 정황 등에 대해 언론들은 정윤회 문건을 (세월호 참사 배경은 뒤로한 채)박근혜의 동생 박지만과 정윤회의 권력 다툼의 사건본질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정윤회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박지만 EG 회장을 배경으로 하는 조응천 전 비서관 모임과 권력 투쟁을 벌인 게, 이번 찌라시(문건) 유출 사건의 본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 틀린 말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게 사실로 드러날지라도 정윤회 문건만 바라보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라진 7시간의 행방은 어디로?
필자는 관련 포스트에서 이 같은 권력다툼이 세월호 참사 중 발생한 ‘사라진 7시간으로 나타난 현상’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권력의 대척점에 있던 모 세력이 권력을 향해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힌 고의적(?) 사건으로 ‘세월호 의혹’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세월호 참사는 상식 밖의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 등으로 박근혜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혹은 감시)하는 라인에서 7시간동안 자리를 비우는 스케줄 등을 미리 알아챈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게 ‘7시간의 행방’에 나타난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어쩌면 이번에 유출된 정윤회 문건 사태는 ‘고수의 술책’일지도 모르겠다. 박근혜의 표현처럼 공공기록물이 찌라시로 둔갑한다고 할지라도, 사라진 7시간을 세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 정윤회 문건 사태는 일찌감치 찌라시로 규정된 채 검찰 수사는 허구로 드러날 건 뻔한 사실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와 정윤회에게 따라다니던 7시간의 행방이 사라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정윤회 문건의 핵심이자 사라진 7시간의 행방이 아닐는지…!
언론사와 기자 고소한 권력의 ‘레임닭’ 현상
세계일보 등을 고소한 권력의 중심부 혹은 박근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검찰수사의 결과는 일반적인 판단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검찰 수사는 두 갈래다. 그 중 하나는 이재만 비서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에 관련한 부분이고, 또 하나는 박근혜가 국기문란으로 규정지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문제이다. 전자의 경우 '청와대 문건'이라 했으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성립되지 않을 것. 언론이 공공의 일을 보도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건의 내용이 설령 허위사실이라 할지라도 ‘진실로 믿을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면 검찰이 기소하지 못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판례의 경우도 이런 경우는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사람들은 박근혜의 가이드라인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박근혜의 주문(?)에 촛점을 맞출 것이라는 것.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문건 내용을 중시할 것이므로 검찰의 판단은 곤혹스러움 이상으로 수모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래저래 정윤회 등으로 인한 권력 다툼으로 ‘레임닭’을 가속화 시키는 풍경들. 대한민국은 한 여자의 알 수 없는 스캔들 때문에 풍전등화의 ‘쪽팔린’ 모습이다. 이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남긴 ‘7시간의 미스테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