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뜨는이야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몸이 불편해진 이유

yjh09 2009. 8. 20. 10:56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진 생애를 겪으셨습니다. 지팡이 짚고 절뚝거렸던 걸음만큼이나 그의 삶은 험난했죠.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그가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목메어 운 것을 기억하지만 그가 왜 휠체어에 앉을 수밖에 없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봅니다. 정치인 김대중에게 1970년대는 그야말로 목숨이 촛불처럼 흔들린 시간이죠. 1971년, 그는 대통령 선거에 나서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95만 표 차이로 낙선을 합니다. 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면 이겼으리라는 얘기도 있지만, 설사 공정하게 선거를 치러져 이겼다하더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내놓을 리 없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보희

 

대형트럭이 갑자기 달려든 의문의 사고, 도쿄 시내 호텔에서 납치, 목숨이 위태로웠던 1970년대

 

대선이 끝난 뒤, 총선이 있었고 유세를 하게 되었죠. 김 전 대통령이 타고 있던 승용차로 커다란 트럭이 갑자기 달려듭니다. 의문의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는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게 되고, 지팡이에 기대는 신세가 되죠. 그렇지만 민주화 열망은 식을 줄 모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을 한 1972년, 일본으로 망명을 한 김 전 대통령은 반유신운동에 나섭니다. 1973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도쿄 시내 호텔에서 그를 납치해 대한해협에 수장시키려 합니다. 다행히 미국이 압력을 넣어 그는 기적처럼 살아나죠. 하지만 동교동 자택에 감금당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는 손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1974년 12월 민주회복국민회의에 참여하여 재야활동을 시작합니다. 76년에는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갔다가 78년 1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다시 집에 갇힙니다. 그렇게 감옥생활과 자택감금이 번갈아 이뤄지죠.

 

몇 번이고 절망했었을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오랜 세월 고문과 역경 속에서도 그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보통 사람 같으면 몇 번이고 절망했었을 텐데, 그는 끝까지 민주주의 사회가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희망을 놓지 않았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1976년,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재판 최후진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자유, 경제적인 평등, 사회적인 정의는 나의 기본적인 신념이다. 여기 나의 두 아들이 방청하러 와 있다. 그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그렇습니다. 그는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고자 민주주의에 몸을 바칩니다.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 같은 자식들에게 자유롭지 않은 세상을 물려준다는 게 더 끔찍한 일이니까요.

 

부끄럽지 않은 어버이가 되고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죠.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로 부끄러운 짓을 너무나 많이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말입니다. 무엇이 진정 자식을 위한 건지 고민하게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조문 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지팡이 신세를 지게 되었는지 잊지 말았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무조건 반대하며 욕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습니다. 과연 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 때, 자신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왜 그렇게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일까요.

 

사람들은 이미 염치를 잊어버린 채 살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짓을 하는지, 훗날 자신의 삶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릅니다. 그저 술에 취해 불콰한 얼굴로 부끄러움을 누르며 살아갈 뿐이죠.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너무나 당당하게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 한복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침이 울립니다. 부끄러운 어버이가 되고 싶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불편한 몸이 되었으며,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