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기쁨 때문에 - 김남조

yjh09 2007. 10. 22. 11:06


이루마-Poemusic


기쁨 때문에 - 김남조

    기쁨의 말을 하렵니다
    언제부터인가 잊어온 말
    그러나 사시사철
    솟구쳐 오르고만 싶었던
    그 줄기찬 충동을
    여기 풀어놓겠읍니다
    유년의 햇빛처럼
    잔인한 그말을
    하렵니다
    축일전야의 흥분
    수북하고 뻐근하게
    마치 홍역앓이 시초의
    신열처럼
    참 이상하고 이상하면서
    못 견디겠는 그 증상을
    헤쳐놓겠읍니다
    더듬거리는 서툰 말씨로
    기쁨의 얘기를
    띄워 보냅니다
    지금 세태에 기쁨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실 분에게
    사실은 나의 절반도 이에 공감하면서
    이 세상 그 무엇이라도
    그림자 없이 혼자서만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기쁨은 슬픔과 함께
    소망은 낙망 속의 과핵
    처럼 싹이 틉니다
    먼길을 춥게 온 그사람만이
    노변의 따스함을 알며
    비탄의 막바지에 이르러 본 이가
    동녀처럼 통곡하는
    위안의 품을 마침내 만납니다

    내 친구여
    기쁨에 대해 말하렵니다
    기쁨때문에 자주 바쁘고
    기쁨때문에 때때로 나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 깊이 품어 덮히는 것에게
    아아 몽매간에도
    껴안고 있는 것에게
    주홍의 불이 당겨 붙으면
    내 몸도 내 영혼도 인이 칠해진 듯이
    환히 불빛을 뿜어냅니다
    진정 그러한 기쁨이 있음을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원하신다면
    이 기쁨을 공손히 당신과
    나누겠습니다
    이 기쁨 전부를 원하신다면
    이 기쁨을 공손히 당신과
    나누겠습니다
    이 기쁨 전부를 원하신다면
    한꺼번에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 나는
    또 기쁨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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