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누드모델이었어
- 오시영 -
나는 원래 누드모델이었지 벌거벗은 건 나쁜 거라며 나는 원래대로 누드모델이 되고 싶다 넌 화가쟎니 넌 내가 누드모델이었음을 알고 있는 듯 나는 원래 누드모델이었지
불알 두 쪽 내어놓고
세상을 향해 오줌줄기 내뿜어도
모두들 이쁘다며
내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었거든
나는
태생적으로 누드모델이었어
나는 원래 누드모델이었어
패션 디자이너들은
나를 포장하기 시작했어
팬티에 런닝,
와이셔쓰를 입히고선
내 목을 넥타이로 조이는거야
숨이 막혀 헥헥 거려도
목조림을 참아야 신사라며
거추장스러운 양복을 덧입혔어
세상의 허물과 가식을 벗어
불에 태우고
초롱초롱한 어린 아이의 눈빛닮은
그 시절로 돌아가
누드모델이 되고 싶어
날 그려 봐
발가벗고 너 앞에 전신을 내 보여도
부끄럽지 않는 건
너가 화가이기 때문일 거야
너 앞에 서면 난 조금도 수치스럽지 않아
오히려 자랑스럽지
조금도 부끄럽지 않는 내 알몸을
유심히도 들여다 보는구나
그래 그려 봐
이젤 앞을 벗어 나면 옷을 입어야겠지만
너 앞에 있을 때
누드모델임이 행복하거든
누드모델인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였던 나는
원초적으로 누드모델이었어
1952년 전남여수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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