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어부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옮긴 글)

yjh09 2006. 12. 20. 09:17


은어는 몸이 투명하고 민첩해 물속에서 구별해 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은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은어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은어도 전문가의 손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은어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꺼운 밧줄 하나를 두 척의 뗏목에 각각 묶은 다음 밧줄이 수면 위에 닿게 하여

천천히 강기슭 쪽으로 저어 가면 기다리고 있던 어부가 그물을 던져 쉽게 은어를 잡을 수 있다.

어떻게 수면에만 닿은 밧줄 하나로 은어를 강기슭까지 몰고 갈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상대의 그림자만 봐도 죽도록 도망가는 은어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물 속에 비친 밧줄 그림자가 은어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살다보면 어두운 먹구름이 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은어처럼 겁먹고 뒷걸음질 친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넘을 수 없는 그림자는 없다.

용감하게 그림자를 넘어갈 때 눈앞에 펼쳐질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다.










라트비아의 리가 해변 서쪽에는 베터스비어트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 있다.

바람에 몸을 맡긴 그물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집들,

그리고 굴뚝을 타고 피어오르는 연기와 뭍으로 끌어올려진 검은 범선이 보이는

그야말로 여느 마을과 다름없는 평범한 어촌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바로 마을 입구에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바위이다.

그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과 (앞으로) 죽을 사람들을 기념하며…“








이곳의 어부들은 자손 대대로 고기를 잡으며 수 백 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바다에 나간 모든 어부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발트해의 거센 바닷바람이 육지를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가을에는 더욱 그렇다.

매번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을 들을 때면 모두 일손을 놓고 모자를 벗어 애도를 표한다.

하지만 어부들은 부모형제가 물려준 위험하고도 무거운 사명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절대 바다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좌절에 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좌절을 이길 희망이 생긴다.

모험가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당장의 편안한 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는 자기변화를 통해 보수주의들을 후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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