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 보거라
네가 애비 곁을 떠난지도 수년이 지났구나
이 애비 걱정은 말아라
네 없는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이제는 맹인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해서
생계유지는 하고 있단다
네가 보내준 공양미 삼백석은 정부미더구나
절에서도 현금 박치기만 취급한다기에
쌀가게에 팔려했더니 헐값이더구나
뺑덕어멈은 변사또와 눈이 맞았다가
변사또 여편네가 이혼소송 냈단다
이혼위자료때문에 변사또 알거지 되자마자
장화,홍련 애비한테 붙어 결혼했단다
결혼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네가 소개시켜 준 춘향이는
밤마다 몽룡이만 찾더구나 에휴~
다른 애는 없니?
미안하구나 늙어서 주책만 는다더니...
별주부에게서 너의 소식을 들었단다
그 별주부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더구나
달팽이보다 조금 빠른 주제에
요행으로 토끼 한번 이겼다고
온 동네방네 다니면서 자랑을 한단다
정말 눈꼴 사나워서 못봐준단다
그나저나 너는 언제 뭍에 올라와
맹인 잔치를 열거니?
별주부 그 녀석은 조금만 기다리란 말만 할뿐...
이 애비가 이제 기력도 딸려서
안마해달라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단다
네가 맹인잔치를 열어야
이 애비가 눈을 뜰거 아니니...
이 애비 이제 잔치 소식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단다
용왕이 혹시 수청을 들라고 하더니?
반드시 거절해야 한단다
용왕의 수청을 허락한다면
너는 체외수정하는 인어가 되어야하는데
그러면 연꽃을 타고 뭍으로 올라올때
목소리를 잃게 된단다
이 애비의 말을 명심하거라.
그럼 이만 편지를 줄이마
맹인잔치를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는 애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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