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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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걸렸던 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김용택은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하더니 도종환은 '흔들림'을 이야기한다.
'흔들림'과 '아픔'을 생각하며 보는 꽃은 남다르다.
세상 천지가 꽃들로 가득한 봄날,
흔들림과 아픔도 세상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