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º˚11월의 기도˚º♡
- 詩人: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 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 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양 알게 하소서
-------------------------------------------------------------------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직 향기가 식지 않은 은은함이어도 좋고 갈색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을 ...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슴 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습니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여도 좋고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워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하나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모습을 씻어 투명한 가을하늘에 밝은 코스모스 한 자락 피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