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사라진 것들의 뒷모습이 궁금한
낯선 간이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행선지 없이
무작정 떠나고 싶은 적 있나요
베고니아 꽃잎 같은 숨결 접어
선반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고
한 줌 불빛으로 죽은 듯이 앉아
종점에서 종점까지
사나흘쯤 떠돌고 싶은 적 있나요
미세한 떨림도 느낄 수 없는
차창 한 켠에
왼쪽 아니면 오른쪽 머리를 파묻고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 불러내어
잘못 쓴 메모처럼
흔적없이 지우고 싶은 적 있나요
비좁은 통로를 느릿느릿 핥고 가는
홍익회 밀 차에서
오렌지 한 알 샀을 뿐인데
껍질도 벗기지 못한 채
빈 들판 풍경 되어 목멘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