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yjh09 2007. 6. 12. 08:48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살아 생전 가장 소중한 생명이었기에 그는 어둠 속에서 꺼진 그 불길의 향방을 지켜보았다 -이제 세상에는 엄청난 변화가 올 거다 틀림없이 그러나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형제들한테서도 그는 사흘만에 잊혀져 버렸다 죽음보다 허망한 이 차가운 기류를 타고 휴지로 날리는 부고 한 장 -이형기 시인의 詩<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제 엄청난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할 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누구 한 목숨...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죽음보다 허망한 차가운 기류를 타고 부고 한 장만 휴지처럼 날아다닐 뿐이겠죠..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형제들한테조차도 사흘만에 잊혀지는 죽음, 사흘이 아니라 세 시간도 채 안 걸리는... 삼 분의 통곡도 멎어버리고 망자는 한 줌의 재로 변하는 동안, 산 자들의 웃음소리 풀풀 날리는 동안, 그렇게 조금씩, 이내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해는 여전히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고 무더운 여름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고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살아생전, 찬란한 목숨 속에서도 활짝 웃어본 일이 별로 없는 당신이여, 이제 영정사진 속에선 영원히 웃을 일도 없답니다. 짧은 인생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하루하루,  삶을 삶답게, 온전한 마음으로 의미있게, 가치있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돌아오는 길, 哭하듯 바람소리만 구성지게 울어댔습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